'구리 공급' 지표 제련 수수료 3년만에 감소…구리 가격 반등하나 [원자재 포커스]
올해 제련 수수료보다 9% 인하
파나마
·인니 구리 공급 '빨간 불'

구리 공급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구리 처리 및 제련 수수료'가 3년만에 감소했다. 올해 전세계적인 수요 부진으로 내렸던 구리 가격이 내년 공급 부족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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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칠레 광산업체 안토파가스타가 중국 제련업체 진촨 그룹과 내년도 구리 정광 처리 및 제련 비용을 t당 80달러, 파운드 당 8센트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지난해 처리·제련 비용인 88달러보다 약 9% 내린 가격이다. 이는 구리 정광(불순을 제거한 구리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비용을 뜻한다.

구리 정광 처리·제련 비용은 2021년 t당 59.5달러, 2022년 65달러, 2023년 88달러로 지난 3년 연속 올랐다. 구리 정광 처리·제련 비용은 구리 정광 공급량과 비례한다. 구리 정광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정광을 확보하려는 제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제련 비용을 낮춰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광산업체와 중국 제련업체는 매년 이맘때 구리 정광 계약을 맺고 내년도 처리 및 제련 비용을 정한다. 대형 광산과 제련 회사 사이에 이뤄지는 첫 번째 합의는 나머지 업계가 따르는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이번 협상에 앞서 로이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내년도 구리 정광 처리·제련 비용이 올해 수준 또는 그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구리 정광 공급이 늘면서 처리·제련 비용은 지난 3분기와 4분기 t당 95달러 수준으로 6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구리 원광 공급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시민들이 미네라파나마의 광산채굴권을 연장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시민들이 미네라파나마의 광산채굴권을 연장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세계 10대 구리 광산 중 하나인 파나마의 코브레파나마 광산은 정치 리스크로 인해 내년도 생산이 불투명해졌다. 파나마 정부는 코브레 파나마 광산을 운영하고 있던 기업 미네라 파나마의 채굴 사업권을 20년 연장하는 법안을 지난달 16일 국회에 상정해 20일 처리했다. 닷새 만에 법적 절차가 끝나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최근 파나마 운하에 든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기후 위기에 대한 파나마인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구리 채굴을 중단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다음달 17일 국민투표로 법령 폐지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구리 정광 수출 통제 정책 역시 공급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부터 구리 정광 수출을 금지했다. 다만 미국 광산 대기업 프리포트맥모란이 운영하는 파푸아 지역 그라스버그광산, 자국 광산기업 암만미네랄이 운영하는 누사텡가라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 정광은 내년 5월까지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구리 공급' 지표 제련 수수료 3년만에 감소…구리 가격 반등하나 [원자재 포커스]
구리 가격은 공급 불확실성과 중국 수요 회복으로 인해 최근 반등하고 있다. 20일 런던금속거래소(LMX)에서 구리 가격은 전월 대비 4.34% 오른 파운드 당 3.73달러에 거래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