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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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2015년 파리협정에 명시된 탄소 배출 감축 의무를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최고 2.9도까지 오를 수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협정의 핵심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유엔 산하 기후 문제 전담 국제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를 열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를 발표했다. 연간 단위로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각국의 탄소 배출 감축 약속과 파리협정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축량 사이의 격차를 다룬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의 자원과 역량에 따라 설정한 무조건적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완전히 이행될 경우 지구의 기온은 66% 확률로 2.9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기술·경제적 차원의 외부 도움을 가정한 조건적 NDC까지 모두 이행된다면 기온 상승 폭은 2.5도까지 줄어들 수 있다.
"G20 중 단 한 곳도…" 파리협정 목표 달성 '실패' 판정내린 유엔
조건부 NDC에 더해 장기적 차원에서 넷제로(탄소 배출량 제로) 공약까지 모두 이행되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선 온도 상승 폭을 2도에서 묶어둘 수 있을 것이란 추산이다. 그러나 주요 20개국(G20) 중 넷제로 목표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국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달성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기온 상승 폭이 1.5도에서 멈출 가능성은 고작 1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2022년 사이 1.2%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574억t을 기록했다. 지난 9월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8도 올라 역대 가장 더운 달이었다. 올해 들어 10월 초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기온이 높았던 날은 총 86일에 달했다.

기온 상승 폭을 2도로 묶어두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40억t(28%)만큼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1.5도를 달성하기 위해선 220억t 이상(42%) 감축이 필요하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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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파리협정의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후 위기의 뿌리와도 같은, 독성이 가득한 화석연료를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를 부러트리면서 구명정을 부풀리는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정의롭고, 공평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지구상에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개인이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탄소 배출과 기온 상승, 극한의 날씨 등에서 원치 않는 기록을 세우는 일을 멈추고, 탄소 배출 감축,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기후 금융과 같은 분야에서 새 기록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데르센 총장은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낮잠(snooze) 모드에 머물러 왔다”며 “이젠 그들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