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의 반전'…세렌디피티에서 탄생한 2차원 신소재의 미래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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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소재'로 불리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과 '맥신'은 우연히 발견된 2차원 신소재입니다. 이 신소재의 탄생 일화부터 현재 기술개발 상황, 또 만들어갈 미래까지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한경 긱스(Geeks)에서 전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세렌디피티’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처음 만난 두 남녀가 각자의 연락처를 오래된 책과 5달러 지폐에 각각 적습니다. 책은 헌책방에 팔고, 5달러 지폐로는 솜사탕을 사 먹은 뒤, 두 사람은 언젠가 서로의 연락처를 얻게 되면 재회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죠.
영화의 제목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연구에서는 연구 중 벌어진 실패나 엉뚱한 실수가 오히려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상을 바꾼 많은 신소재가 이런 실험실의 세렌디피티에서 탄생했습니다. 나일론은 듀폰의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의 장난에서 시작돼 탄생했습니다. 꿈에 나타난 뱀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벤젠 고리 탄생 일화도 유명하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많은 신소재 중 2차원 물질들이 있습니다. 그래핀(Graphene)과 맥신이 대표적이죠. 역시나 실험실의 세렌디피티에서 얻어진 것들입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꿈의 소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소재의 특성이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핀은 2차원 신소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물질 중 하나입니다.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평면 벌집 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핀 역시 매우 엉뚱한 방법으로 발견됐습니다. 2001년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육각형 모양 탄소 원자가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인 흑연에서 평면 한 층만 벗겨내면 새로운 특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얇은 흑연 층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죠.
이때 가임 교수팀의 한 연구원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흑연 시료가 묻은 스카치테이프를 발견합니다. 얇은 표면이 스카치테이프에 남아있을 것이라 추측했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가임 교수팀은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그래핀을 만들었고, 2010년에는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습니다.
그래핀의 발견은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그래핀은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얇은 물질이지만 구리보다 100배 이상으로 높은 전기전도도를 가지면서,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우수합니다.
그래핀 시트를 겹쳐서 mm 수준의 두께로 만들면 2톤짜리 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죠. 반도체 분야에서는 소재를 구부려도 전기전도성이 유지되는 특성에 주목하고 있고, 2차전지 분야에서도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주는 물질로 연구가 활발합니다. 광학적 투과도가 뛰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상용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발견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래핀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닙니다. 단일 층의 고품질 그래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죠.
그래핀 제조 방법은 크게 물리적 박리, 화학적 박리, 화학적 기상 증착법(CVD) 등을 사용합니다. 물리적 박리는 처음 흑연에서 그래핀을 박리해낸 방법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대량 생산 공정을 확립하기 어려워 상업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반면 화학적 박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입니다. 흑연을 산화·환원시키면서 그래핀을 만들어 내는 방식인데 불순물 제거가 어렵고, 결함 발생이 잦아 그래핀 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화학 증착법은 고온에서 탄소와 흡착성이 좋은 전이 금속을 촉매로 해서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입니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서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이긴 하지만 고열을 통한 높은 에너지 소비가 필요해 아직은 원가 절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들 외에도 원가절감, 생산기술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래핀을 활용한 초전도 현상 연구도 핫한 주제입니다.
맥신도 의도치 않은 실험에서 탄생했습니다. 맥신 이전 맥스(MAX)라는 물질이 있었습니다. 전이 금속을 뜻하는 ‘M’과 알루미늄(Al) 등이 포함된 주기율표상 13족, 14족 원소 그룹 ‘A’ 그리고 탄소나 질소를 뜻하는 ‘X’를 합친 이름이죠. 이 맥스라는 물질은 과거부터 오랜 기간 연구된 물질입니다.
어느 날 이 맥스 물질을 연구하던 미국 드렉셀대학 유리 고고치 교수팀이 이 분말을 우연히 불화수소산(불산)에 넣게 됩니다. 그런데 이 화합물에서 알루미늄 원자만 선택적으로 불산에 녹아 분리가 되면서, M.A.X에서 A가 사라진 2차원 평면구조의 물질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맥신입니다.
맥신 역시 산업계가 요구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는 전자파 차폐 부분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5G 통신 및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서 전자파 간섭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해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어서죠.
맥신은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전자파 차폐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용액으로 가공이 쉬워 전자파 차폐가 필요한 어느 제품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2차 전지, 태양전지 등의 전극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 원자로만 구성되는 그래핀과 달리 다양한 전이 금속으로 조합이 가능해 더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산업화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대량생산입니다. 맥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인 맥스가 필요한데, 이 맥스를 만들 때 주로 값비싼 타이타늄 분말이 사용됩니다. 맥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온의 열처리가 필요하고, 강산인 불산을 사용하고 처리하는 부분에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꿈의 2차원 소재들은 국내 벤처기업과 연구소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우선 그래핀 기술력은 특허출원 수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그래핀의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이 1만5000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6000건으로 미국보다 많은 2위입니다.
최근에는 많은 국내 그래핀 관련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사례도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CVD 합성 방식을 활용하는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라디에이터’, ‘그래핀 멀티쿠커’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타임스지 선정 ‘올해 최고의 발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능화 그래핀(UCMG) 기반의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베스트그래핀과 친환경 공정 과정의 비산화 그래핀을 양산하는 케이비엘러먼트 역시 올해 벤처캐피털(VC)로부터 각각 80억원의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맥신 역시 대량 생산의 숙제를 풀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맥신 최초 발견자인 유리 고고치 교수팀과 국내 연구진 및 기업들의 협업이 활발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 등은 2년 전부터 공동 논문 발표, 특허출원 등을 함께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플로우는 2021년 미국 자회사를 통해 드렉셀대학교로부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맥신을 인공신장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노맥신이 고순도 맥신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고치 교수팀과 공동연구 및 특허출원을 진행 중입니다. 해당 기술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대한민국 10대 나노기술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핀과 맥신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그래핀 시장은 2025년 535억달러(약 69조원)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맥신 시장도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6600만달러(약 856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렌디피티에서 등장한 신소재는 늘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일론을 개발한 월리스 캐러더스 박사는 나일론이 상용화되는 것은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죠. 엄청난 발견이 세상을 바꾸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릅니다. 그래핀과 맥신이 ‘꿈의 소재’에서 ‘흔한 소재’가 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연구에서는 연구 중 벌어진 실패나 엉뚱한 실수가 오히려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상을 바꾼 많은 신소재가 이런 실험실의 세렌디피티에서 탄생했습니다. 나일론은 듀폰의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의 장난에서 시작돼 탄생했습니다. 꿈에 나타난 뱀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벤젠 고리 탄생 일화도 유명하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많은 신소재 중 2차원 물질들이 있습니다. 그래핀(Graphene)과 맥신이 대표적이죠. 역시나 실험실의 세렌디피티에서 얻어진 것들입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꿈의 소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소재의 특성이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부분들이 많습니다.
스카치테이프로 만든 그래핀
2차원 소재는 원자들이 약 1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로 평면 결정을 이룬 물질을 말합니다. 같은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라도 결정의 차원이 달라지면 물질의 특성도 달라집니다. 특히 2차원 구조 물질들은 3차원 소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특성을 지닙니다. 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종류의 2차원 소재를 찾고 그 특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죠.그래핀은 2차원 신소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물질 중 하나입니다.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평면 벌집 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핀 역시 매우 엉뚱한 방법으로 발견됐습니다. 2001년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육각형 모양 탄소 원자가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인 흑연에서 평면 한 층만 벗겨내면 새로운 특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얇은 흑연 층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죠.
이때 가임 교수팀의 한 연구원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흑연 시료가 묻은 스카치테이프를 발견합니다. 얇은 표면이 스카치테이프에 남아있을 것이라 추측했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가임 교수팀은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그래핀을 만들었고, 2010년에는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습니다.
그래핀의 발견은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그래핀은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얇은 물질이지만 구리보다 100배 이상으로 높은 전기전도도를 가지면서,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우수합니다.
그래핀 시트를 겹쳐서 mm 수준의 두께로 만들면 2톤짜리 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죠. 반도체 분야에서는 소재를 구부려도 전기전도성이 유지되는 특성에 주목하고 있고, 2차전지 분야에서도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주는 물질로 연구가 활발합니다. 광학적 투과도가 뛰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소재입니다.
그래핀 생산 현실화가 관건
하지만 상용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발견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래핀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닙니다. 단일 층의 고품질 그래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죠.
그래핀 제조 방법은 크게 물리적 박리, 화학적 박리, 화학적 기상 증착법(CVD) 등을 사용합니다. 물리적 박리는 처음 흑연에서 그래핀을 박리해낸 방법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대량 생산 공정을 확립하기 어려워 상업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반면 화학적 박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입니다. 흑연을 산화·환원시키면서 그래핀을 만들어 내는 방식인데 불순물 제거가 어렵고, 결함 발생이 잦아 그래핀 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화학 증착법은 고온에서 탄소와 흡착성이 좋은 전이 금속을 촉매로 해서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입니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서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이긴 하지만 고열을 통한 높은 에너지 소비가 필요해 아직은 원가 절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들 외에도 원가절감, 생산기술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래핀을 활용한 초전도 현상 연구도 핫한 주제입니다.
MAX에서 우연히 나타난 맥신
그래핀 이후 또 하나의 2차원 소재가 최근에는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맥신(MXene)입니다. 그래핀이 노벨상을 받은 이듬해인 2011년 발견됐습니다.맥신도 의도치 않은 실험에서 탄생했습니다. 맥신 이전 맥스(MAX)라는 물질이 있었습니다. 전이 금속을 뜻하는 ‘M’과 알루미늄(Al) 등이 포함된 주기율표상 13족, 14족 원소 그룹 ‘A’ 그리고 탄소나 질소를 뜻하는 ‘X’를 합친 이름이죠. 이 맥스라는 물질은 과거부터 오랜 기간 연구된 물질입니다.
어느 날 이 맥스 물질을 연구하던 미국 드렉셀대학 유리 고고치 교수팀이 이 분말을 우연히 불화수소산(불산)에 넣게 됩니다. 그런데 이 화합물에서 알루미늄 원자만 선택적으로 불산에 녹아 분리가 되면서, M.A.X에서 A가 사라진 2차원 평면구조의 물질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맥신입니다.
전자파 차폐 성능 최고
맥신 역시 산업계가 요구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는 전자파 차폐 부분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5G 통신 및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서 전자파 간섭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해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어서죠.
맥신은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전자파 차폐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용액으로 가공이 쉬워 전자파 차폐가 필요한 어느 제품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2차 전지, 태양전지 등의 전극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 원자로만 구성되는 그래핀과 달리 다양한 전이 금속으로 조합이 가능해 더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산업화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대량생산입니다. 맥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인 맥스가 필요한데, 이 맥스를 만들 때 주로 값비싼 타이타늄 분말이 사용됩니다. 맥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온의 열처리가 필요하고, 강산인 불산을 사용하고 처리하는 부분에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상용화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
꿈의 2차원 소재들은 국내 벤처기업과 연구소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우선 그래핀 기술력은 특허출원 수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그래핀의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이 1만5000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6000건으로 미국보다 많은 2위입니다.
최근에는 많은 국내 그래핀 관련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사례도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CVD 합성 방식을 활용하는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라디에이터’, ‘그래핀 멀티쿠커’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타임스지 선정 ‘올해 최고의 발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능화 그래핀(UCMG) 기반의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베스트그래핀과 친환경 공정 과정의 비산화 그래핀을 양산하는 케이비엘러먼트 역시 올해 벤처캐피털(VC)로부터 각각 80억원의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맥신 역시 대량 생산의 숙제를 풀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맥신 최초 발견자인 유리 고고치 교수팀과 국내 연구진 및 기업들의 협업이 활발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 등은 2년 전부터 공동 논문 발표, 특허출원 등을 함께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플로우는 2021년 미국 자회사를 통해 드렉셀대학교로부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맥신을 인공신장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노맥신이 고순도 맥신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고치 교수팀과 공동연구 및 특허출원을 진행 중입니다. 해당 기술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대한민국 10대 나노기술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핀과 맥신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그래핀 시장은 2025년 535억달러(약 69조원)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맥신 시장도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6600만달러(약 856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렌디피티에서 등장한 신소재는 늘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일론을 개발한 월리스 캐러더스 박사는 나일론이 상용화되는 것은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죠. 엄청난 발견이 세상을 바꾸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릅니다. 그래핀과 맥신이 ‘꿈의 소재’에서 ‘흔한 소재’가 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