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반 D램보다 전력 효율이 70% 개선된 ‘LLW(Low Latency Wide) D램’을 내년 출시한다.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 기술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를 수직으로 배치해 데이터 처리 효율성을 높이는 ‘3D(3차원)’ ‘3.5D’ 첨단 패키징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고객사에 제공해 2027년 150조원 규모로 커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 공급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 13일 홍콩에서 열린 ‘삼성전자 인베스터스 포럼 2023’에서 ‘GDP(GAA, DRAM, PACKAGING)’ 전략을 공개했다. 회로 폭 3㎚ 이하 프로세서의 누설전류를 줄이는 GAA 기술과 차세대 D램 제품, 최첨단패키징을 결합한 서비스를 뜻한다. 최첨단 메모리반도체와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두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배치해 최고 수준의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략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략
GDP 중 D램 분야에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용량을 키운 차세대 D램을 내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대표적인 게 LLW D램이다. LLW D램은 입출력단자(I/O)를 늘려 기존 모바일용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용량(대역폭)을 높인 제품이다. 프로세서에 가깝게 배치해 활용하면 일반 D램 대비 전력 효율이 70% 정도 향상된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LLW D램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확장현실(XR) 기기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파운드리에선 3㎚ 공정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GAA 기술을 고도화한다. GAA를 활용하면 반도체의 누설전류를 줄일 수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년마다 2.2배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첨단패키징에선 ‘3D 패키징’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이 기술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와 HBM을 수직으로 배치해 처리 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테슬라와 협업해 자율주행칩 개발

GDP 전략은 AI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생성 AI용 서버·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기기에서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가 확산하면서 AI용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기준 553억달러(약 71조원) 규모 AI 반도체 시장은 2027년 112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 고객사들은 ‘고성능·저전력’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AI용 서버·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고 AI 서비스를 빠르게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GDP 전략은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관련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한 번에 서비스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1위 전기차 업체(테슬라)와 5㎚ 자율주행칩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고성능컴퓨팅과 관련해선 4㎚ AI 가속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