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GM·블리자드·J&J 등 美대형주 싹 팔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올 3분기 미국 대형주를 대거 정리했다. 벅셔해서웨이는 3분기 투자 내용 중 일부를 비공개했는데, 시장에서는 금융주를 매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1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를 보면 회사는 지난 7~9월 70억달러(약 9조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2200만 주 매도)와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1465만8121주), 운송업체 UPS(5만9400주),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J&J·32만7100주),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31만5400주),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57만8000주), 특수소재 제조사 셀라니즈(535만8535주) 등 7개 종목을 전량 매도했다. 대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55만1000주),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1287만1831주) 등 우량주도 대거 매도했다.
버핏, GM·블리자드·J&J 등 美대형주 싹 팔았다
벅셔해서웨이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으로 236억달러(약 30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489억달러(약 63조4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 대조된다.

보유한 주식의 전체 가치는 3186억달러(약 413조원)에 달한다. 애플이 전체 포트폴리오 중 50.04%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벅셔해서웨이가 SEC에 한 건 이상의 3분기 거래 내용을 기밀로 요청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포천지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10여 년 전 IBM과 엑슨모빌, 2020년 말 셰브런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 등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을 당시 이런 ‘비밀 포지션’을 취했다. 투자 내역이 알려질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벅셔해서웨이가 3분기에 비공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미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벅셔해서웨이의 ‘은밀한’ 투자 대상이 금융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공개한 분기 보고서(10-Q)에서 벅셔해서웨이의 금융주 보유액이 12억달러 늘어난 게 확인됐지만, 13F 보고서에선 금융주 매입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벅셔해서웨이는 17억달러어치의 주식 투자처를 공개했다. 북미 최대 위성 라디오 방송사인 시리우스XM, 미국프로야구(MLB) 구단 운영업체인 애틀랜타브레이브스홀딩스, 애틀랜타브레이브스 구단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리버티미디어 등이다.

벅셔해서웨이의 3분기 현금 보유액은 1572억달러(약 203조8000억원)로, 종전 최고 기록인 2021년(1490억달러)을 넘어섰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