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의 여론이 악화했지만, 중동 산유국이 과거처럼 감산 등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미국 고위급의 전망이 나왔다.

아모스 호흐슈타인 미 백악관 수석에너지 고문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위와 폭격에 대해 중동 전역에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동 산유국이 에너지를 무기 삼아 대응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말까지로 계획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 반(反)이스라엘 결집을 위한 에너지 무기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추측이 이는 가운데 제기된 분석이다. 중동발 추가 감산 우려에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장보다 2.3% 상승한 배럴당 77.6달러로 마감했다. 이날까지 이틀 동안 상승률은 6% 이상이다.

호흐슈타인 고문은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산유국 간 협력 수준이 매우 견고했다”며 이 같은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등 유가를 자극할 만한 국제 정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유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가 교역 상품이 된 이후 무기로 쓰인 전례가 많긴 하지만 현재까지 별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다만 “산유국이 언제든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협력과 조율에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흐슈타인 고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 및 사우디와 조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진행 중인 대화 등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모든 문제와 관련해 일관되고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며 “유가가 특정 지점까지 치솟으면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산유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미국과 중동을 비롯한 세계 산유국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OPEC+는 오는 26일 정례회의를 연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