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달 초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급진적 자유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가 앞서 메르코수르 탈퇴 의사를 밝힌 만큼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다음달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3일 전이다. 그의 취임일은 오는 12월 10일이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남미 경제공동체다. EU와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20년간의 협상 끝에 2019년 합의됐다. 그러나 이후 EU가 브라질의 개발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며 협상에 환경보호 의무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직후 취임한 좌파 성향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FTA가 아르헨티나 산업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놔 협상이 장기화했다.

하지만 후보 시절 메르코수르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밀레이가 당선되며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밀레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에서 탈퇴하면 이 경제공동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EU와 메르코수르가 FTA를 조속히 타결하기 위해 매주 화상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측은 협상할 세부 사항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밀레이가 메르코수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개방은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로 자신을 칭하는 밀레이의 기조에 들어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질과의 무역 관계를 포기하면 손해도 크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