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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메이 고속도로는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까지 일본 3대 도시권을 잇는 대동맥이다. 이 도로에 내년부터 심야시간대에 운전자가 차량에 운전을 완전히 맡기는 '레벨 4' 단계의 자율주행 트럭이 달리게 된다.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2024년 중 신도메이고속도로 누마즈 인터체인지에서 하마마쓰 인터체인지 구간 약 100㎞에 완전 자율주행 트럭 전용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구간은 대부분 직선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노선을 운영하기 적합하다는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해당 구간을 시속 80㎞의 크루즈 컨트롤로 달려봤다. 곳곳에 터널, 교량이 있었지만 확실히 커브 구간이 적어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국제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의 높이는 2.9m로 일본 독자 규격의 철도용 컨테이너보다 30㎝ 정도 높다. 국제 컨테이너를 기존의 화물철도 객차에 실을 수 없었던 이유다. 화물 열차의 높이를 26㎝ 낮춤으로써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그대로 철도에 옮겨 싣는게 가능하게 됐다.
일본이 자랑하는 초고속 열차 신칸센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 신칸센'의 등장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7월 화물 신칸센 구상을 "물류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며 "검토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JR화물은 2025년까지 화물 신칸센 전용차량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화물열차 1칸은 10t 트럭 65대분인 650t을 적재할 수 있다.
일본의 주 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 시행에 따라 내년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시간이 960시간 이내로 제한되면서 생기는 변화다. 트럭 운전기사들의 1일 근무시간이 최대 15시간 이내(숙박을 동반하는 경우 제외)로 줄면서 운전기사 1명이 담당하던 구간에 운전기사 2명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전망이다.
물류 2024년 문제가 일본 경제와 일본인의 일상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2018년 기준 총 47억2700만t의 물류 가운데 92%를 트럭이 날랐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5개월 뒤 트럭 운전기사 1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화물 수송능력이 2019년보다 14.2% 줄어든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의 화물 35%가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X종합연구소는 물류 정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10조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3월말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긴급대책은 '모빌리티 시프트(Mobility Shift·차량 대전환)'로 요약된다.
철도와 선박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한정된 숫자의 운전기사가 법정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나름으로써 트럭과 장거리 수송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트럭 운전기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트럭 운전기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대형 트럭의 경우 월 212시간, 중소형 트럭은 월 207시간이었다. 전체 산업 평균인 175시간보다 20% 더 길었다. 그런데도 대형 트럭 운전기사의 평균 연 수입은 463만엔(약 4154만원)으로 전체 업종 평균보다 26만엔(약 233만원) 낮았다.
젊은 세대가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으니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트럭 운전기사 가운데 30대 미만은 10.1%에 불과했다. 전체 산업 평균(16.6%)보다 6.5%포인트 낮았다.
일본 정부가 가장 기대하는 대책은 맞교대다. 도쿄에서 오사카는 왕복 1000km, 12시간 거리다.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당일치기는 무리다. 이 구간을 오가는 트럭 기사들이 차박을 하는 이유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市)는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 있는 도시다.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거리는 약 250km, 3시간 남짓이다.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가 하마마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트럭을 바꿔서 돌아온다면?'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러한 지리적인 요건에서 출발했다.
맞교대 방식을 쓰면 화물이 하루 만에 도쿄~오사카를 오가는 동안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 모두 당일치기로 일을 마칠 수 있다. 1인당 운전거리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하마마쓰를 왕복한 약 500km, 6시간에 불과하다.
국토교통성이 올해 간사이 지역과 규슈 지역의 중간 지점인 히로시마현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중계거점 '커넥트파킹미야시마'를 만들어 운영해 본 결과 "당일치기가 가능해져 차박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각지에 장거리 수송 물류(트럭 또는 컨테이너)를 주고 받는 중계거점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가 찾은 신도메이고속도로의 스루가만누마즈 휴게소와 시미즈 휴게소의 트럭 주차구역은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더블 연결 트럭' 전용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다.
더블 연결 트럭은 트레일러 두 대를 연결한 차량이다. 운전기사 1명이 대형트럭 2대 분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국토교통성이 2019년 1월부터 도입한 이후 2022년 말 221대까지 늘었다.
국토교통성은 더블 연결 트럭이 운행할 수 있는 고속도로 구간을 현재의 2.5배인 5140km까지 늘리기로 했다. 더블 연결 트럭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전역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도메이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서 전용 주차장 공사가 한창인 이유다.
시속 80km인 트럭 최고 제한속도를 100km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에서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는 왕복 16시간 거리다. 트럭의 최고 속도를 20km 올리면 왕복 운행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들어 이론상 당일치기가 가능해 진다.
1명의 운전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크기의 트럭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도 있다. 트럭을 더 꽉 채워서 달리는 것이다. 국토교통성의 '전국 화물 순물동 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한 번 출하하는 화물의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3분의 1 토막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소량의 화물을 더 자주 실어나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트럭의 적재효율은 4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럭을 꽉 채워기만 해도 이론상 물류 2024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기시간을 줄이면 운전기사 1명이 일하는 시간을 25% 늘릴 수도 있다. 국토교통성의 2021년 조사에서 1회 운행 당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짐 싣고 내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에 달했다. 한 차례 운행하는데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에 달했다.
12%에 달하는 택배 재배달도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국토교통성은 배달율이 10%이면 연간 약 6만명 분의 노동력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40%에 불과한 화물적재율, 1회 운행의 25%를 차지하는 대기와 상·하차 시간, 12%의 재배달율만 개선해도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평균 3시간인 대기 및 상·하차 시간을 2시간 이내, 장기적으로는 1시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12%인 재배달률은 내년까지 6%로 낮출 계획이다.
미쓰비시케미컬그룹, 오노약품공업, 시오노기제약 등은 올해 1월 제약업계 최초로 공동 운송을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이 밀크런 방식으로 부품을 조달하면 필요한 운전기사를 12%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업종간 공동 운송으로 적재율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 닛세이식품과 삿포로그룹은 2022년 3월부터 시즈오카~오사카 구간에서 맥주와 라면을 함께 운송하고 있다. 맥주와 라면을 함께 실음으로써 중량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서 화물칸을 꽉 채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필요한 트럭을 20% 줄일 수 있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올 가을부터 도시락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배송횟수를 1일 4회에서 3회로 줄이기로 했다. 로손도 도시락 등의 배송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인다. 컵라면과 과자류 같은 가공식품의 배송기간은 당일에서 익일로 바꿨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2023년 6월부터 익일 배송 지역을 줄였다. 도쿄 기준으로 익일 배송이 안되는 현청 소재지가 20%에서 40%로 늘었다.
2024년 문제를 맞아 지금까지 '더 빨리, 더 싸게'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물류산업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늦게, 좀 더 비싸게'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내년 4월 이후 일본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의 당일 배송 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 부터도 당일 무료 배송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택배회사의 운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주요 물류회사들이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앞으로 운송 비용은 10~2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가격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
물류 2024년 문제는 한국도 겪게 될 문제다. 한국은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육상 운송업(노선버스 제외) 등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지정됐다.
운전기사의 고령화 또한 일본 못지 않게 심각하다. 올해 8월말 기준 서울시 택시기사 6만9255명 가운데 3만4811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새벽배송이 사라지고, 택배가 멈추는 '한국판 물류 **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2024년 중 신도메이고속도로 누마즈 인터체인지에서 하마마쓰 인터체인지 구간 약 100㎞에 완전 자율주행 트럭 전용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구간은 대부분 직선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노선을 운영하기 적합하다는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해당 구간을 시속 80㎞의 크루즈 컨트롤로 달려봤다. 곳곳에 터널, 교량이 있었지만 확실히 커브 구간이 적어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난쟁이 기차·화물 신칸센' 속속 등장
일본 정부는 교통 인프라를 통째로 뜯어고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앞으로 7년 이내에 선박과 철도 수송량을 두배씩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철도 화물 수송회사인 JR화물(貨物)은 바퀴를 작게 만들어 기존 열차보다 높이를 26㎝ 낮춘 저상 화물열차를 개발했다.국제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의 높이는 2.9m로 일본 독자 규격의 철도용 컨테이너보다 30㎝ 정도 높다. 국제 컨테이너를 기존의 화물철도 객차에 실을 수 없었던 이유다. 화물 열차의 높이를 26㎝ 낮춤으로써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그대로 철도에 옮겨 싣는게 가능하게 됐다.
일본이 자랑하는 초고속 열차 신칸센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 신칸센'의 등장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7월 화물 신칸센 구상을 "물류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며 "검토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JR화물은 2025년까지 화물 신칸센 전용차량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화물열차 1칸은 10t 트럭 65대분인 650t을 적재할 수 있다.
물류 35% 멈추고 GDP 10조엔 증발
일본 정부가 다급하게 추진하는 대책들은 모두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은 지금 '물류 2024년 문제'로 비상이다. 물류 2024년 문제란 내년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한다.일본의 주 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 시행에 따라 내년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시간이 960시간 이내로 제한되면서 생기는 변화다. 트럭 운전기사들의 1일 근무시간이 최대 15시간 이내(숙박을 동반하는 경우 제외)로 줄면서 운전기사 1명이 담당하던 구간에 운전기사 2명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전망이다.
물류 2024년 문제가 일본 경제와 일본인의 일상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2018년 기준 총 47억2700만t의 물류 가운데 92%를 트럭이 날랐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5개월 뒤 트럭 운전기사 1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화물 수송능력이 2019년보다 14.2% 줄어든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의 화물 35%가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X종합연구소는 물류 정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10조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3월말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긴급대책은 '모빌리티 시프트(Mobility Shift·차량 대전환)'로 요약된다.
철도와 선박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한정된 숫자의 운전기사가 법정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나름으로써 트럭과 장거리 수송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트럭 운전기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트럭 운전기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대형 트럭의 경우 월 212시간, 중소형 트럭은 월 207시간이었다. 전체 산업 평균인 175시간보다 20% 더 길었다. 그런데도 대형 트럭 운전기사의 평균 연 수입은 463만엔(약 4154만원)으로 전체 업종 평균보다 26만엔(약 233만원) 낮았다.
젊은 세대가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으니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트럭 운전기사 가운데 30대 미만은 10.1%에 불과했다. 전체 산업 평균(16.6%)보다 6.5%포인트 낮았다.
트럭 의존도 줄여라
트럭 의존도를 줄이고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대책은 기존의 인력(트럭 운전기사)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데 일본 정부도 이견이 없다. 트럭 운전기사 1명이 하루에 15시간까지만 일하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나르도록 하는 것이다.일본 정부가 가장 기대하는 대책은 맞교대다. 도쿄에서 오사카는 왕복 1000km, 12시간 거리다.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당일치기는 무리다. 이 구간을 오가는 트럭 기사들이 차박을 하는 이유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市)는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 있는 도시다.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거리는 약 250km, 3시간 남짓이다.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가 하마마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트럭을 바꿔서 돌아온다면?'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러한 지리적인 요건에서 출발했다.
맞교대 방식을 쓰면 화물이 하루 만에 도쿄~오사카를 오가는 동안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 모두 당일치기로 일을 마칠 수 있다. 1인당 운전거리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하마마쓰를 왕복한 약 500km, 6시간에 불과하다.
국토교통성이 올해 간사이 지역과 규슈 지역의 중간 지점인 히로시마현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중계거점 '커넥트파킹미야시마'를 만들어 운영해 본 결과 "당일치기가 가능해져 차박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각지에 장거리 수송 물류(트럭 또는 컨테이너)를 주고 받는 중계거점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가 찾은 신도메이고속도로의 스루가만누마즈 휴게소와 시미즈 휴게소의 트럭 주차구역은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더블 연결 트럭' 전용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다.
더블 연결 트럭은 트레일러 두 대를 연결한 차량이다. 운전기사 1명이 대형트럭 2대 분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국토교통성이 2019년 1월부터 도입한 이후 2022년 말 221대까지 늘었다.
국토교통성은 더블 연결 트럭이 운행할 수 있는 고속도로 구간을 현재의 2.5배인 5140km까지 늘리기로 했다. 더블 연결 트럭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전역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도메이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서 전용 주차장 공사가 한창인 이유다.
시속 80km인 트럭 최고 제한속도를 100km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쿄에서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는 왕복 16시간 거리다. 트럭의 최고 속도를 20km 올리면 왕복 운행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들어 이론상 당일치기가 가능해 진다.
1명의 운전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크기의 트럭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도 있다. 트럭을 더 꽉 채워서 달리는 것이다. 국토교통성의 '전국 화물 순물동 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한 번 출하하는 화물의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3분의 1 토막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소량의 화물을 더 자주 실어나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트럭의 적재효율은 4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럭을 꽉 채워기만 해도 이론상 물류 2024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기시간을 줄이면 운전기사 1명이 일하는 시간을 25% 늘릴 수도 있다. 국토교통성의 2021년 조사에서 1회 운행 당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짐 싣고 내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에 달했다. 한 차례 운행하는데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에 달했다.
12%에 달하는 택배 재배달도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국토교통성은 배달율이 10%이면 연간 약 6만명 분의 노동력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40%에 불과한 화물적재율, 1회 운행의 25%를 차지하는 대기와 상·하차 시간, 12%의 재배달율만 개선해도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평균 3시간인 대기 및 상·하차 시간을 2시간 이내, 장기적으로는 1시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12%인 재배달률은 내년까지 6%로 낮출 계획이다.
'더 빨리, 더 싸게'에서 '느리고 비싼' 시대 온다
물류 2024년 문제의 당사자인 기업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대책이 '밀크런(우유배달) 방식'이다. 트럭 한 대가 우유 배달하듯 여러 기업을 돌면서 화물을 한 곳에 모아 운송하는 방식이다.미쓰비시케미컬그룹, 오노약품공업, 시오노기제약 등은 올해 1월 제약업계 최초로 공동 운송을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이 밀크런 방식으로 부품을 조달하면 필요한 운전기사를 12%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업종간 공동 운송으로 적재율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 닛세이식품과 삿포로그룹은 2022년 3월부터 시즈오카~오사카 구간에서 맥주와 라면을 함께 운송하고 있다. 맥주와 라면을 함께 실음으로써 중량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서 화물칸을 꽉 채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필요한 트럭을 20% 줄일 수 있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올 가을부터 도시락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배송횟수를 1일 4회에서 3회로 줄이기로 했다. 로손도 도시락 등의 배송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인다. 컵라면과 과자류 같은 가공식품의 배송기간은 당일에서 익일로 바꿨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2023년 6월부터 익일 배송 지역을 줄였다. 도쿄 기준으로 익일 배송이 안되는 현청 소재지가 20%에서 40%로 늘었다.
2024년 문제를 맞아 지금까지 '더 빨리, 더 싸게'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물류산업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늦게, 좀 더 비싸게'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내년 4월 이후 일본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의 당일 배송 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 부터도 당일 무료 배송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택배회사의 운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주요 물류회사들이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앞으로 운송 비용은 10~2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가격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
물류 2024년 문제는 한국도 겪게 될 문제다. 한국은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육상 운송업(노선버스 제외) 등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지정됐다.
운전기사의 고령화 또한 일본 못지 않게 심각하다. 올해 8월말 기준 서울시 택시기사 6만9255명 가운데 3만4811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새벽배송이 사라지고, 택배가 멈추는 '한국판 물류 **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