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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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상장 승인 기한 24년 1월부터 3월
24년 4월 반감기 이후 공급량 감소

지난 한달 간 비트코인 가격이 22.6% 상승하였다. 연초 이후로는 119% 상승하며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 선물(Futures)의 단점인 만기 연장(Roll Over) 비용과 회계처리의 모호성이 해결되어 기관투자자의 매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그레이스케일 신탁 현물 ETF 전환 승인 기한 24년 1월 8일, ARK인베스트먼트 현물 ETF 승인 기한 1월 10일 그리고 블랙록 ETF 승인 기한 3월 15일 등을 근거로 1월에서 3월을 현물 ETF의 현실화 기간으로 보고 있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와 미국의 FTX 파산 그리고 각종 금융 사기 이슈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거래되고 있으며 현물 ETF 승인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기존 법정화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통화량이 무제한 증가할 수 있음을 보았다. 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가치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발행량은 2천 1백만BTC로 제한되어 있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기존 화폐에 대한 실망을 디지털 자산에 대한 믿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현물 ETF 승인 오보에도 가격이 반등하자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전쟁, 테러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일 것이다’라며 상장 심사를 앞두고 비트코인의 투자 포인트를 정리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ARK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를 헤지(Hedge) 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또 기관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에서 2%~6.5%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20조달러의 비트코인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미국 지방은행 파산과 신용등급 강등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의 부정적 이벤트에도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10월 중순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었던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현물 ETF 상장 기대가 반영되며 급등했다. 21년 고점 대비 여전히 -46% 하락해 있기 때문이지만 올해의 움직임은 단순한 투기자산과는 사뭇 다르다.
주식시장 이벤트와 비트코인 가격 추이
주식시장 이벤트와 비트코인 가격 추이
2024년 4월로 알려진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도 있다. 비트코인으로 새로운 거래가 일어나면 네트워크에서 채굴자들이 거래를 검증하며 블록(Block)을 형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비트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반감기란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반감기는 4년마다 도래하는데 이번 반감기 동안 채굴량이 131만BTC였다면 다음 반감기 기간에서는 65만BTC가 채굴될 예정이다. 공급량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지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유동성공급자(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동성공급자의 핵심은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선물(Futures)을 이용해 헤지(Hedge)를 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이미 선물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헤지가 용이할 것이다. 이렇게 ETF와 선물이 거래되면 파생 옵션거래도 생겨날 것이며 다양한 구조화 상품도 개발될 것이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 커버드콜 ETF’도 가능하다. 캐시 우드(돈 나무 언니)가 이야기한 비트코인 생태계는 바로 이런 금융시장의 생리를 염두에 둔 전망일 것이다.

주식은 배당, 채권은 이자를 주고 부동산은 임대료라고 하는 현금흐름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자체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내재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다음 매수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이 된다.

전문가들은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이 승인되면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유입을 전망하고 있다. 벤치마크 또는 상대 성과라는 마법 때문이다. 일종의 FOMO(Fearing of Missing Out) 현상인데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관리자들은 당면해야 할 과제이다.

비트코인의 사용 가치와 내재가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상장 승인 뉴스가 나오면 팔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를 지나며 투자자와 채굴자 그리고 거래소까지 시장 참여자들의 기초체력은 전보다 단단해진 모습이다. 여전히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과 기관투자자의 참여 가능성, 그리고 4월 반감기까지 고려하면 뉴스에 팔기보다는 추이를 좀 더 지켜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