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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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미라와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노르웨이의 최대 광고업체인 애드빈타 인수를 제안했다. 인수금융(M&A를 위한 대출)을 활용한 기업 담보 차입 매수(레버리지 바이아웃·LBO)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LBO 소식이 전해지자 애드빈타 주가는 5% 이상 급등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퍼미라와 블랙스톤은 노르웨이 최대 광고업체 애드빈타에 인수합병(M&A) 의사를 타진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채를 차입해 기업을 인수하는 LBO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PEF 운용사들은 LBO를 활용해 저평가된 상장기업을 사들여 상장 폐지한다. 이후 기업을 구조조정을 한 뒤 재매각해서 차익을 거둔다.

퍼미라와 블랙스톤은 애드빈타에 인수 가격으로 약 140억유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개월 간 애드빈타의 평균 주가보다 50% 높은 금액이다. 인수 거래가 체결되면 올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LBO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 PEF 운용사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5억 유로 규모의 사모 대출을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애드빈타는 인수 제안에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인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애드빈타 이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인수 가격 자체는 비합리적이진 않다고 평가한다"며 "다만 애드빈타는 인수 가격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다"라고 했다.

애드빈타는 2019년 노르웨이의 미디어그룹 스킵스테드에서 분사하며 설립됐다. 유럽 온라인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이베이의 광고 사업부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광고 업체로 등극했다. 인수 당시 이베이는 애드빈타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베이는 퍼미라와 블랙스톤에 애드빈타를 아주 매각하지 않을 방침이다. FT에 따르면 이베이는 보유 지분의 절반을 22억달러에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은 상장 폐지된 기업의 지분 20%와 맞바꿀 계획이다. 애드빈타에 따르면 블랙스톤과 퍼미라는 인수 거래가 완료되면 애드빈타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블랙스톤과 퍼미라가 인수를 추진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올 들어 고금리로 인해 차입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스탠더드앤푸어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본시장에서 상반기 10억 달러 이상의 인수거래 건수는 2019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피델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 서비스가 185억달러를 들여 지급결제 업체 월드페이를 PEF운용사 GCTR에 매각한 게 가장 큰 규모였다.

인수 후 재매각 과정에도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세계 정세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LBO를 지원하는 은행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랙스톤과 퍼미라도 은행을 거치지 않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식스 스트리트 파트너스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금을 차입했다.

FT는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면서 이자율이 점점 더 치솟는 상황이다"라며 "인수금융에서 조달비용도 급격히 증가하며 사모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는 모양새다"라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