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공연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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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최근 클래식 분야에서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두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성진과 임윤찬인데, 이들 두 피아니스트가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에 내한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곡으로 모두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를 선택하여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이른바 '걸작의 숲'을 지나던 시기에 작곡되었는데, 당시에 작곡된 교향곡 5번이나 6번 등과 같이 이 협주곡 또한 모종의 서사적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그리고 그 서사적 프로그램은 당시 비엔나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던 오비디오스의 '변신(Metamorphoses)'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유리디체)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아폴론에게서 리라 연주를 배워 리라의 달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음악을 연주하면 생명도 없는 목석이 춤을 추고 맹수나 난폭한 인간도 얌전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에우리디케와의 결혼,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 세계로 내려간 후의 두 번째 이별,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여신도들의 미움을 받아 육신이 조각난 채 리라와 함께 강에 버려지지만 사후 세계에서 에우리디케와 결국 재회하는 등의 오르페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Jander와 같은 학자는 이 협주곡이 1악장(오르페우스의 노래), 2악장(지하 세계의 오르페우스), 3악장(오르페우스와 디오니스소의 여자 광신도) 등 시작부터 끝까지 위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군데군데 다소 억지스런 측면을 내포하고 있는 그러한 Jander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작곡 당시에 베토벤이 의뢰하여 그린 자화상에서 그가 리라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르페우스의 이야기가 이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에게 큰 음악적 영감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인 요제피네가 갑자기 남편과 사별하자 그녀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려는 단꿈에 젖어 있던 시기과 겹치는데, 음악적으로 보더라도, 베토벤은 이 협주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신을 오르페우스에 대입시킨 듯한 흔적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1악장의 도입부에서 이례적으로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부분은 오르페우스가 본격적으로 리라를 연주하기 이전에 엄지손가락으로 악기를 가다듬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1악장 처음에 피아노가 솔로로 연주하는 아래 부분을 보면 베토벤이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리라의 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속하여 강조되는 스타카토 표시나 아르페지오 등은 모두 탄현악기인 리라의 음향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보는데, 이것을 피아노로 (특히 무거운 소노리티의 현대 그랜드 피아노로) 정교하게 표현해내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작업입니다. 이러한 피아노 솔로에 이어지는 독특한 화성의 오케스트라는 오르페우스의 연주가 불러일으키는 마법과도 같이 신비롭게 펼쳐집니다.또한 베토벤이 사랑을 노래할 때 자주 사용하였던 G장조 조성에 의한 이 악장에서 에로스적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베토벤은 정교하고도 마법같은 리라의 노래소리를 표현하기 위하여 피아노를 매우 섬세하고 아기자기 하게 다루고 있는데,특히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다양하고도 정교하게 결합된 세밀한 아티큘레이션 표기를 제대로 표현해내기는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와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완벽히 표현해내는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아래 악보 및 해당 영상 부분들 참조). 위의 악보에서 파란색 밑줄 친 부부의 마지막에 16분음이 두 개씩 이음줄로 묵여 있는 빠른 패시지에서의 레가토 표현은 아주 까다로운데,이러한 아티큘레이션은 1악장에서 수시로 등장합니다.
특히, 아래 악보와 같이 긴 슬러로 연결되어 물흐르듯이 흐르는 부분 이후 갑자기 16분음을 두 개씩 슬러로 묶은 아티큘레이션이 이어지는 경우 16분음을 두 개씩 슬러로 묶은 음은 (현악기로 이를 표현할 때를 염두에 두고) 좀 더 묶음 단위별 아티큘레이션을 분명하게 표현해내어 전후의 아티큘레이션의 차이(아래 악보의 파란색 및 빨간색의 차이)를 충분히 강조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아티큘레이션의 차이를 충분히 대조적으로 드러내주는 연주로는 시대악기에 의한 아래 슌더뵈르트 연주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특히 슬러로 이어진 두 개의 16분음의 첫 16분음에 주된 강세를 두고 이어지는 두번째 16분음은 (마치 디미뉴엔도 처리된 음처럼) 신속히, 그리고 약하게 이어 붙여 연주를 하여야만 앞 부부의 긴 슬러로 한 데 묶어진 음들과 충분히 대조를 이루며 음악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슌더뵈르트
2악장의 강력한 현악 오케스트라 또한 리라를 들고 지하세계에 들어온 오르페우스를 막아서는 복수의 신(Furies)의 분노에 찬 외침을 상징하는 듯하고, 피아노는 이들에게 간절히 호소하며 음악의 힘으로 이들이 막아선 길을 여는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처럼 정말 환상적입니다.
Jander 시나리오
이 2악장은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만 사용된 점 외에도 (외부 악장인 1, 3 악장과 달리)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오페라의 장면과도 같이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점이 특이한데, 곡이 가진 드라마적 요소를 충분히 드러내려면 (예를 들어 도입부의 현악 파트의 스카타토 등) 악보에 지시된 악상 기호들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해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됩니다(아래 연주 참조).
카사도 - 베주이덴하우트 (2악장)
하딩 - 피레스 (2악장)
마지막 3악장은 1, 2 악장에는 사용되지 않은 트럼펫과 팀파니가 동원되는데, 이를 통한 전투적이고도 공격적인 음향 표현에서는 (거친 북소리 등으로 마법의 리라 소리를 잠재우고 급기야 오르페우스를 토막 살인하여 리라와 함께 강물에 버린) 디오니스소의 여신도들의 광기가 느껴집니다. 그 밖에 3악장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독특한 첼로의 독주 부분도 마치 강물처럼 유려한 흐름이 인상적인데, 이 대목에서는 오르페우스의 시신이 갈갈이 찢겨 리라와 함께 강 위로 떠다니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 후 다시 강물처럼 유려한 오케스트라의 흐름을 타고 피아노가 연주되는 장면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리라가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로 박히는 듯한 이미지가 전개되고, 마지막 코다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루리디케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기쁨의 재회를 하는 장면이 마치 한편의 그림처럼 머리에 떠오릅니다.
이번에 베를린필과 이 곡을 협연한 조성진의 경우 다른 연주회의 실황이 다소 열악한 음향에다가 끝 부분 연주가 짤린 상태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연주 내용도 기대에 비하면 좀 아쉬움을 남깁니다.
조성진
곧 뮌헨필과 임윤찬이 이 곡을 국내에서 협연하는데, 특히 손 대는 작품마다 독특한 터치로 찬사를 이끌어내는 임윤찬이 과연 이 베토벤의 협주곡을 (특히 이 곡에 담긴 장대한 서사적 프로그램과 또 정교한 아티큘레이션 등을) 어떻게 풀어낼까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첼리비다케 - 페라이어
이 곡은 베토벤이 이른바 '걸작의 숲'을 지나던 시기에 작곡되었는데, 당시에 작곡된 교향곡 5번이나 6번 등과 같이 이 협주곡 또한 모종의 서사적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그리고 그 서사적 프로그램은 당시 비엔나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던 오비디오스의 '변신(Metamorphoses)'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유리디체)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아폴론에게서 리라 연주를 배워 리라의 달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음악을 연주하면 생명도 없는 목석이 춤을 추고 맹수나 난폭한 인간도 얌전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에우리디케와의 결혼,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 세계로 내려간 후의 두 번째 이별,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여신도들의 미움을 받아 육신이 조각난 채 리라와 함께 강에 버려지지만 사후 세계에서 에우리디케와 결국 재회하는 등의 오르페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Jander와 같은 학자는 이 협주곡이 1악장(오르페우스의 노래), 2악장(지하 세계의 오르페우스), 3악장(오르페우스와 디오니스소의 여자 광신도) 등 시작부터 끝까지 위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군데군데 다소 억지스런 측면을 내포하고 있는 그러한 Jander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작곡 당시에 베토벤이 의뢰하여 그린 자화상에서 그가 리라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르페우스의 이야기가 이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에게 큰 음악적 영감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인 요제피네가 갑자기 남편과 사별하자 그녀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려는 단꿈에 젖어 있던 시기과 겹치는데, 음악적으로 보더라도, 베토벤은 이 협주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신을 오르페우스에 대입시킨 듯한 흔적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1악장의 도입부에서 이례적으로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부분은 오르페우스가 본격적으로 리라를 연주하기 이전에 엄지손가락으로 악기를 가다듬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1악장 처음에 피아노가 솔로로 연주하는 아래 부분을 보면 베토벤이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리라의 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속하여 강조되는 스타카토 표시나 아르페지오 등은 모두 탄현악기인 리라의 음향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보는데, 이것을 피아노로 (특히 무거운 소노리티의 현대 그랜드 피아노로) 정교하게 표현해내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작업입니다. 이러한 피아노 솔로에 이어지는 독특한 화성의 오케스트라는 오르페우스의 연주가 불러일으키는 마법과도 같이 신비롭게 펼쳐집니다.또한 베토벤이 사랑을 노래할 때 자주 사용하였던 G장조 조성에 의한 이 악장에서 에로스적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베토벤은 정교하고도 마법같은 리라의 노래소리를 표현하기 위하여 피아노를 매우 섬세하고 아기자기 하게 다루고 있는데,특히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다양하고도 정교하게 결합된 세밀한 아티큘레이션 표기를 제대로 표현해내기는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와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완벽히 표현해내는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아래 악보 및 해당 영상 부분들 참조). 위의 악보에서 파란색 밑줄 친 부부의 마지막에 16분음이 두 개씩 이음줄로 묵여 있는 빠른 패시지에서의 레가토 표현은 아주 까다로운데,이러한 아티큘레이션은 1악장에서 수시로 등장합니다.
특히, 아래 악보와 같이 긴 슬러로 연결되어 물흐르듯이 흐르는 부분 이후 갑자기 16분음을 두 개씩 슬러로 묶은 아티큘레이션이 이어지는 경우 16분음을 두 개씩 슬러로 묶은 음은 (현악기로 이를 표현할 때를 염두에 두고) 좀 더 묶음 단위별 아티큘레이션을 분명하게 표현해내어 전후의 아티큘레이션의 차이(아래 악보의 파란색 및 빨간색의 차이)를 충분히 강조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아티큘레이션의 차이를 충분히 대조적으로 드러내주는 연주로는 시대악기에 의한 아래 슌더뵈르트 연주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특히 슬러로 이어진 두 개의 16분음의 첫 16분음에 주된 강세를 두고 이어지는 두번째 16분음은 (마치 디미뉴엔도 처리된 음처럼) 신속히, 그리고 약하게 이어 붙여 연주를 하여야만 앞 부부의 긴 슬러로 한 데 묶어진 음들과 충분히 대조를 이루며 음악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슌더뵈르트
2악장의 강력한 현악 오케스트라 또한 리라를 들고 지하세계에 들어온 오르페우스를 막아서는 복수의 신(Furies)의 분노에 찬 외침을 상징하는 듯하고, 피아노는 이들에게 간절히 호소하며 음악의 힘으로 이들이 막아선 길을 여는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처럼 정말 환상적입니다.
Jander 시나리오
이 2악장은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만 사용된 점 외에도 (외부 악장인 1, 3 악장과 달리)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오페라의 장면과도 같이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점이 특이한데, 곡이 가진 드라마적 요소를 충분히 드러내려면 (예를 들어 도입부의 현악 파트의 스카타토 등) 악보에 지시된 악상 기호들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해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됩니다(아래 연주 참조).
카사도 - 베주이덴하우트 (2악장)
하딩 - 피레스 (2악장)
마지막 3악장은 1, 2 악장에는 사용되지 않은 트럼펫과 팀파니가 동원되는데, 이를 통한 전투적이고도 공격적인 음향 표현에서는 (거친 북소리 등으로 마법의 리라 소리를 잠재우고 급기야 오르페우스를 토막 살인하여 리라와 함께 강물에 버린) 디오니스소의 여신도들의 광기가 느껴집니다. 그 밖에 3악장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독특한 첼로의 독주 부분도 마치 강물처럼 유려한 흐름이 인상적인데, 이 대목에서는 오르페우스의 시신이 갈갈이 찢겨 리라와 함께 강 위로 떠다니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 후 다시 강물처럼 유려한 오케스트라의 흐름을 타고 피아노가 연주되는 장면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리라가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로 박히는 듯한 이미지가 전개되고, 마지막 코다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루리디케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기쁨의 재회를 하는 장면이 마치 한편의 그림처럼 머리에 떠오릅니다.
이번에 베를린필과 이 곡을 협연한 조성진의 경우 다른 연주회의 실황이 다소 열악한 음향에다가 끝 부분 연주가 짤린 상태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연주 내용도 기대에 비하면 좀 아쉬움을 남깁니다.
조성진
곧 뮌헨필과 임윤찬이 이 곡을 국내에서 협연하는데, 특히 손 대는 작품마다 독특한 터치로 찬사를 이끌어내는 임윤찬이 과연 이 베토벤의 협주곡을 (특히 이 곡에 담긴 장대한 서사적 프로그램과 또 정교한 아티큘레이션 등을) 어떻게 풀어낼까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첼리비다케 - 페라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