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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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존 주택 판매량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연 8%에 육박하면서 수요가 급감한 데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도 새로 갈 집을 못 구해 물량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부동산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 부족한데 매물도 없어


전미 부동산업자협회(NAR)는 10월 미국 내 기존 주택 판매 건수가 전월 대비 4.1% 감소해 379만 건(계절 조정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10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6% 급감했다. 2023년 연간 기준 주택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택 판매량이 급감한 건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공급 역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하려던 1주택자들도 저금리 때 받았던 모기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다. 미국 주택 구매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대출상품인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 8%를 넘어서 올라 이자 부담이 커졌다. 최근 모기지 금리는 다소 하락해 7%대로 낮아졌다.

제한된 공급은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10월 전국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한 39만18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10월 가격으로 가장 높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모기지 금리와 함께 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줄어든 것이 주택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빙하기 시작단계


주택 시장이 얼어붙는 현상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높은 이자율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내 집 마련 꿈이 깨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의 경제 분석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021년 2.65%였던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 금리가 7%대로 치솟았고, 앞으로 10년간 평균 약 5.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황금기는 지나갔다"며 "금융위기 직후 주택을 구입했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많은 자산을 축적했지만, 향후 10년은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벤자민 키스 교수도 "주택시장이 빙하기 초기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해빙될 것 같지 않다. 이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영국과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 홍콩 등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영국에서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약 25%가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 고금리가 겹쳐 주택 가격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에 고정된 환율제(페그제)를 쓰는 홍콩은 미국 금리에 맞춰 모기지 금리가 2022년 초 이후 두배 이상 올랐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57%로 선진국 중에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만의 임대 시스템인 전세 자금은 8000억달러(약 1036조 원)에 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갭투자를 한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계약됐던 전세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 위험은 2024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경제 전반적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좋은 직장을 구해도 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젊은이들의 자립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니라즈 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주택 시장의 가격이 조금 저렴해질 수 있겠지만 기대했던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심각한 주택난을 야기하진 않겠지만, 주택 소유자는 모기지 상환 부담이 커져 다른 부분의 지출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