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
‘도쿄 미나토구의 아자부다이힐스 VS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랜드마크의 경쟁이 시작됐다. 모리빌딩이 1989년 개발에 착수한 지 34년 만인 11월 24일, 아자부다이힐스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는다. 2017년 4월 3일에 개관한 롯데월드타워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복합단지 자리를 놓고 치열한 라이벌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서울 VS 도쿄의 랜드마크 경쟁 본격화

롯데월드타워와 아자부다이힐스는 공통점이 많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잠실에 마천루를 짓겠다고 결심한 건 1980년대였다. 부지 면적도 약 8만㎡(연면적 기준)로 비슷하다. 롯데는 1987년에 잠실 대지를 매입해 2011년 6월 4일 오전 5시 희미한 여명 속에서 수많은 레미콘 트럭들이 쉴 새 없이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판 국보급 문화재’를 완성했다. 롯데와 모리빌딩이 들인 돈(부지 매입비 제외)은 각각 4조5000억원, 5조4000억원가량이다.

롯데와 모리의 대결은 한·일전(戰)의 대리전격이다. 롯데월드타워와 아자부다이힐스를 경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두 랜드마크에 대한 비교를 통해 서울과 도쿄라는 메가시티의 매력을 가늠할 것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잠실 롯데 타운에 대한 2차 개발 계획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자부다이힐스 전경
아자부다이힐스 전경
신동빈 회장의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선친인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유산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 점에서다. 롯데월드타워 방문객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약 13만8000명에서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벌써 14만5000명이 다녀갔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 관계자는 “올해 하루 평균 방문객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5.7%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초 CNN은 아시아의 신년 이벤트 명소를 소개하면서 도쿄 대신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소개했다. 아시아에서 도쿄를 제치고 서울이 등장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도심의 명소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사무실이 즐비한 롯폰기힐스만 해도 2000년대 초반에 조성됐다. 롯데월드타워에 비하면 구식인 셈이다. 하지만 아자부다이힐스의 등장으로 전세가 다시 한번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워커힐 파라다이스 카지노, 롯데월드타워로 옮기나

신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잠실 롯데 타운 2차 개발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롯데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현재 대형버스 주차장 용도로 쓰고 있는 롯데월드와 갤러리아팰리스 사이에 있는 부지 면적 3000평(9917㎡) 규모의 땅을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자부다이힐스만 해도 오피스, 주거 건물, 쇼핑, 상가 외에 글로벌 규모의 병원과 국제 학교까지 갖췄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롯데월드타워 내에 있는 시그니엘호텔에 고급 카지노 시설을 들여오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워커힐호텔에 있는 파라다이스 카지노를 잠실로 옮기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968년에 국내 2호 카지노 시설인 워커힐 파라다이스는 서울에 주둔한 미군을 위한 위락 시설이었다. 파라다이스그룹으로선 서울의 핵심 시설을 도심으로 옮기고, 롯데그룹은 잠실 롯데 타운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가 전격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카지노 시설의 장소 변경은 허가 사항인데 아직 이와 관련해 변경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충분히 논의될 법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 도시의 복합 단지 개발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엔 632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하이타워를 중심으로 복합 금융무역 단지가 조성돼 있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도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광지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은 2013년 아베 신조 총리 당시 정부가 나서 국가 전략 특구 제도를 신설해 아자부다이힐스를 지원했다”며 “3000만 외국인 관광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도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