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늘어도 “쓸 돈이 없다” … 강동구가 고민하는 이유
강동구는 이름 그대로 서울의 가장 동쪽 끝, 하남시와의 경계선에 있는 서울지역이다. 한강의 수원지를 끼고 있는 강동구에는 풍납토성 등 백제의 흔적을 다수 가지고 있다. 병자호란 때에는 남한산성으로 향하던 선조의 이야기가 강동구 곳곳에 남아 있다.

강동구는 1895년 갑오개혁 당시 '광주군'으로 이름이 붙었다. 이후 1963년 서울 행정구역 확장 과정에서 '경기 광주군 구천면'이었다가 일부 성동구로 편입됐고, 1975년 강남구에 편입된 후 1979년 다시 분할돼 현재의 강동구가 됐다. 면적은 24.59㎢인데 이 중 44%가 녹지다.
내년 예산 늘어도 “쓸 돈이 없다” … 강동구가 고민하는 이유
강동구의 인구는 지난 10월 말 기준 45만8292명이다. 가구당 인원 수는 2.29명이며, 하루에 7.7명이 출생하고 5.81명이 사망하는 인구 증가지역이다. 혼인 건수는 하루 평균 5.18쌍, 이혼 건수는 하루 2쌍이기도 하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평균 12.58명이다. 강동구 인구는 2011년(50만516명) 이후 2018년(43만1920명)까지 꾸준히 줄어들다가 2018년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붉은 흙이 많다. 과거 강동구 지역에 벽돌공장이 많았던 것도 이 지역에 편마암에서 나온 적갈색 풍화산물 토양이 많았던 영향이다. 중부고속도로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인구 증가지역 … 재건축 등 영향

강동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굉장히 변화가 빠른 지역이다. 재건축 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망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때는 '강남 4구'로 불렸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도 높다.

강동구의 올해 예산 규모는 9803억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대부분은 일반회계(9381억원)고 주차장특별회계 등 특별회계가 421억원 가량을 차지한다.

세입 항목을 하나씩 살펴보면,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받는 보조금이 4574억원(46.67%)이고 교부금이 1779억원(18.15%), 지방세 수입이 1730억원(17.65%) 등으로 구성돼 있다.또 세외 수입이 762억원(7.78%)이다. 대체로 서울시 외곽지역, 기업은 많지 않고 주거지역 중심으로 구성된 구청들의 살림살이와 비슷하다.

내년 살림살이 늘지만 ‘사실상 긴축’

강동구의 내년 예산 규모는 1조323억원 가량이다. 일반회계 1조24억원, 특별회계 299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동구는 내년 중 일반회계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졌으나, 복지비용 증가 등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 쓸 수 있는 자체 살림살이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긴축예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세 수입은 올해보다 236억원(13.6%), 지방교부세는 28억원(15.17%) 각각 줄어들어 1494억원, 159억원에 그칠 것으로 강동구청은 내다보고 있다.
내년 예산 늘어도 “쓸 돈이 없다” … 강동구가 고민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에서 받는 보조금 규모는 619억원(13.5%) 늘어난다. 이른바 '의존재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보조금은 구비를 같이 매칭해서 지출해야 한다. 결국 전체 예산 규모가 커지는데도 구청장이 결정권을 가지고 쓸 수 있는 돈은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교통망 확충이 최우선 과제

강동구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구정은 '교통'이다. 서울 중심부에서 멀기 때문에 중심부와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가 구민들의 생활 만족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 교통망 확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강동구는 GTX-D 노선이 강동구를 경유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 등에 강력하게 건의 중이다. 또 5호선, 8호선, 9호선의 연장도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최근 구의회에 내년도 예산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교통은 민생이고 복지"라며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서 구민들이 출퇴근 전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지난 3월 시작한 지하철 9호선 4단계 사업 공사와 내년 6월 개통 예정인 8호선 암사역사공원역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데 힘쓰겠다고 이 구청장은 구의회에 설명했다.

고덕비즈밸리 편의확충 … 일자리 만들기

강동구는 기업이 많지 않아 '자족'의 기능이 약한 편이다. 강동구가 '고덕비즈밸리' 조성에 신경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이 구청장은 "고속도로와 나들목 미개통으로 인한 입주기업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임시도로를 개통했고 포천-세종 간 고속도로도 내년 12월 개통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즈밸리 지역 교통망 확보를 위해 버스노선 연장과 증차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동01번 마을버스가 지난 8월부터 비즈밸리 지식산업센터까지 연장 운행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의 혼잡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3318번, 342번 버스를 증차하기도 했다고 강동구는 밝혔다.

이외에 강동구는 내년 일반회계 주요사업으로 한산초 인근 평면 교차로 개선사업(30억3300만원), 동명근린공원 주변(고덕초교) 도로확장(15억원), 상일2동 신축청사 건립(10억원) 등을 내세웠다. 명일전통시장에 주차장을 세우기 위해 주차장특별회계를 활용해 25억2000만원을 쓸 예정이기도 하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구의회에서 최종 검토 후 통과되어야 실제로 예산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