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티이미지뱅크
사진=케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 증시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 77%가 약 4개월 만에 중국을 도로 빠져나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갖가지 부양책을 동원해 경기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 회복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FT가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에 기반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20일 기준 547억위안(약 9조9231억원)으로, 8월 초 집계치(2350억위안(약 42조6313억원) 대비 77% 감소했다. 스톡 커넥트가 개통된 2015년 이래 8년 만에 최저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격 폐지한 이후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중국 주식을 매집하고 나섰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1~7월 순매수액이 정점(2350억위안)을 찍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새 부동산 부문에서의 유동성 위기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치가 시장 전망에 밑도는 6.3%를 기록하는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계 펀드들은 급격히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중국이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성장세를 되찾을 때까지 중국 주식 매수를 보류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 투자하면 된다"…중국서 발 빼는 외국인들
한 홍콩 투자은행 관계자는 “일본 증시가 불타는 듯한 호황기에 들어선 데다 인도, 한국, 대만과 같은 대체 투자처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며 “당장은 중국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만약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말했다.

CSI300지수(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을 추종하는 중국 증시 대표 지수)가 올해 들어 11% 이상 하락한 반면, 일본과 한국, 인도의 벤치마크 지수들은 8~10% 올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와 한국 시장에 각각 123억달러, 64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의 부양책 규모가 확실한 반등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부동산 부문을 겨냥해 내놓은 지원책들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투심을 가라앉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존스랑라살(JLL)의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팡은 “중국 정부는 올해 매 분기 유사한 약속을 내놨지만, 최근 주택 가격 흐름을 보면 부동산 부문이 지속가능한 상태로 회복되려면 더 많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선 내년 중국 증시가 반등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CSI300지수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현 수준 대비 17%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향후 12개월간 중국 증시가 7.5%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없다면 외국인들의 ‘탈(脫)중국’ 흐름이 뒤바뀌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홍콩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성장률의 장기적인 상승 여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중국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