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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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2일(현지시간)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이다.

이스라엘은 교전 중지 기간이 끝나면 전쟁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휴전 지속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면 양측 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흘 간 일시 교전 중지

이스라엘 각료회의는 이날 카타르가 중재한 4일 간의 임시 휴전안을 통과시켰다. 휴전안에 따르면 하마스는 어린이와 여성 중심으로 약 50명의 인질을 10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이에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동 수감자 150명을 석방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휴전기간 동안 약 300대의 트럭을 이용해 가자지구에 연료를 공급하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 기간 중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나 체포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 항공기 운용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휴전 합의안을 발표한 뒤 24시간 내 휴전을 개시하기로 해 이르면 23일부터 교전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날 합의로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가자지구 내 인도주위 위기가 47일만에 완화될 전기가 마련됐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으로 자국민 1200명이 숨지자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와 전력, 생활필수품 공급을 전면 차단했다.

가자지구 내 인명피해도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내 사망자는 팔레스타인 보건당국 추산으로 1만3000명을 넘어섰다.

미국 "추가 석방 기대"

미국은 일시 휴전 소식에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 과정에서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인질들이 석방되도록 한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석방하는 1차 인질 50명 중 미국 국적자 여성 2명과 3세 어린이 1명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한 듯 "대통령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이 일어난 초기부터 우리 국가안보팀과 내가 역내 협력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동료 시민들의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대로 이번 일시 휴전 성사에는 미국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방침을 밝히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이스라엘 측에 교전 중단을 설득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중단'을 공식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나서 인질 석방과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13차례 통화했다. 또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3회)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2회)와도 전화 상으로 논의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합의 이후에 나머지 인질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풀려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마스가 인질 50명 외에 10명을 추가로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을 하루씩 연장하기로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인질 전원의 석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인질이 모두 풀려나면 양측의 전쟁이 본격적인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반대로 전쟁이 쉽게 끝나기 힘들다는 관측도 많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조직과 통치역량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지역에서 계속 교전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휴전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양측의 전쟁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교전을 중단하는 합의를 한 것은 큰 외교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 내각에 극우세력이 건재하고 이스라엘이 유죄 판결을 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석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