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오바마가 영국 여왕에게 준 아이팟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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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처칠 연설문집, 한정판 위스키, 반려견 이름 수 놓은 파시미나
영국왕실의 선물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할까?
세계적인 외교 VIP 선물: 성공사례 VS 실패사례
더 타임즈 등 언론에 따르면 영국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처칠 연설집, 위스키, 무궁화와 반려견 이름을 수놓은 파시미나 등을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맞춤형 헌정 라벨이 붙어있는 처칠의 책 ‘조류를 막으며’(Stemming the tide) 사본은 윈저성 왕실 제본소에서 손으로 묶은 1951∼1952년 연설문 모음집이다. 또한 특별 한정판 스코틀랜드 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과 함께 찰스 3세의 로열 사이퍼(국왕 이름 약자)와 국빈 방문 날짜 등이 새겨진 맞춤형 크리스털 위스키 디캔터와 텀블러 잔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커밀라 왕비는 김건희 여사에게 무궁화와 김 여사가 키우는 반려견 이름들을 왕립자수협회 전문가들이 손으로 수놓아 정성이 담긴 파시미나를 선물했다. 국가 리더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자국의 의지를 담은 ‘문화 상징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는 고도의 치밀한 전략이다.
구체적인 선물의 목록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왕실의 정책 및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또한 왕실 선물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과 비공개인 것이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영국 왕실이 세계 국가 정상에게 주는 선물들을 보면 명확한 세 가지 기준이 있다고 분석된다.
상징적인 선물:
왕실은 종종 국가 간의 우호적인 관계나 특별한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상징적인 선물을 교환한다. 예를 들어, 국기, 문화적인 특산물, 역사적인 아이템 등이 있을 수 있다.
예술 작품 및 고가의 선물:
예술 작품이나 고가의 골동품은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선물로 선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종종 국가의 예술과 역사적인 유산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이다.
공공복지 및 사회 기여를 위한 선물:
왕실은 종종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복지, 사회 기여, 환경 보호 등을 주제로 한 선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는 종종 기부금, 자선 단체 지원, 환경 보호 기부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선물들은 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왕실 간의 관계를 강화하거나 특별한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선택된다.
세계적으로 외교 선물 사례는 다양하며, 성공 사례는 물론 문화적 오해, 정치적 민감성, 혹은 선물의 선택 자체에 대한 부적절한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아이팟 선물 (2009): 미국 전 대통령 바라크 오바마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정치 및 역사를 담은 아이팟 선물을 주었다. 선물한 아이팟에는중세 아더왕의 전설을 담은 '카메로트'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은 고전 영화가 담겨 있다. 또 2007년 미국을 방문했던 여왕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들어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과 취임 연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에게 준 머그 선물(2007년): 당시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에게 선물로 주는 자리에서 머그잔을 선택했다. 이 머그잔에는 1977년 오토만 제국의 군대가 나폴레옹에게 패배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어서 논란이 되었다. 오토만 제국이 나폴레옹에게 패배한 사건은 터키에서는 역사적인 상처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가 담긴 선물은 예민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 터키는 이 머그잔을 통해 자국의 역사적인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로 인해 외교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손자병법(2006):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에게 선물한 손자병법은 그림과 함께 국내에서 인용된 문구가 있었는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었다. 이 교훈은 손자병법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로 간주되었고, 이를 통해 후진타오가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어서 논란이 되었다. 해당 교훈은 전투가 아니라 타협과 교섭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적과의 갈등을 피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을 제안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인 해결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손자병법을 선물로 선택한 후진타오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인 입장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물을 통해 외교적인 의도와 실제로 전달되는 메시지 간의 갈등, 문화적 차이, 정치적 민감성 등을 일깨워준다. 선물의 선택이나 문화 간의 오해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적인 선물은 주고 받는 국가의 문화, 관습,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박영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영국왕실의 선물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할까?
세계적인 외교 VIP 선물: 성공사례 VS 실패사례
처칠 연설문집, 한정판 위스키, 반려견 이름 수 놓은 파시미나
더 타임즈 등 언론에 따르면 영국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처칠 연설집, 위스키, 무궁화와 반려견 이름을 수놓은 파시미나 등을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맞춤형 헌정 라벨이 붙어있는 처칠의 책 ‘조류를 막으며’(Stemming the tide) 사본은 윈저성 왕실 제본소에서 손으로 묶은 1951∼1952년 연설문 모음집이다. 또한 특별 한정판 스코틀랜드 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과 함께 찰스 3세의 로열 사이퍼(국왕 이름 약자)와 국빈 방문 날짜 등이 새겨진 맞춤형 크리스털 위스키 디캔터와 텀블러 잔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커밀라 왕비는 김건희 여사에게 무궁화와 김 여사가 키우는 반려견 이름들을 왕립자수협회 전문가들이 손으로 수놓아 정성이 담긴 파시미나를 선물했다. 국가 리더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자국의 의지를 담은 ‘문화 상징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는 고도의 치밀한 전략이다.
영국왕실의 선물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할까?
구체적인 선물의 목록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왕실의 정책 및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또한 왕실 선물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과 비공개인 것이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영국 왕실이 세계 국가 정상에게 주는 선물들을 보면 명확한 세 가지 기준이 있다고 분석된다.
상징적인 선물:
왕실은 종종 국가 간의 우호적인 관계나 특별한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상징적인 선물을 교환한다. 예를 들어, 국기, 문화적인 특산물, 역사적인 아이템 등이 있을 수 있다.
예술 작품 및 고가의 선물:
예술 작품이나 고가의 골동품은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선물로 선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종종 국가의 예술과 역사적인 유산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이다.
공공복지 및 사회 기여를 위한 선물:
왕실은 종종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복지, 사회 기여, 환경 보호 등을 주제로 한 선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는 종종 기부금, 자선 단체 지원, 환경 보호 기부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선물들은 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왕실 간의 관계를 강화하거나 특별한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선택된다.
세계적인 외교 VIP 선물: 성공사례 VS 실패사례
세계적으로 외교 선물 사례는 다양하며, 성공 사례는 물론 문화적 오해, 정치적 민감성, 혹은 선물의 선택 자체에 대한 부적절한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아이팟 선물 (2009): 미국 전 대통령 바라크 오바마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정치 및 역사를 담은 아이팟 선물을 주었다. 선물한 아이팟에는중세 아더왕의 전설을 담은 '카메로트'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은 고전 영화가 담겨 있다. 또 2007년 미국을 방문했던 여왕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들어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과 취임 연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에게 준 머그 선물(2007년): 당시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에게 선물로 주는 자리에서 머그잔을 선택했다. 이 머그잔에는 1977년 오토만 제국의 군대가 나폴레옹에게 패배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어서 논란이 되었다. 오토만 제국이 나폴레옹에게 패배한 사건은 터키에서는 역사적인 상처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가 담긴 선물은 예민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 터키는 이 머그잔을 통해 자국의 역사적인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로 인해 외교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손자병법(2006):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에게 선물한 손자병법은 그림과 함께 국내에서 인용된 문구가 있었는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었다. 이 교훈은 손자병법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로 간주되었고, 이를 통해 후진타오가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어서 논란이 되었다. 해당 교훈은 전투가 아니라 타협과 교섭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적과의 갈등을 피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을 제안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인 해결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손자병법을 선물로 선택한 후진타오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인 입장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물을 통해 외교적인 의도와 실제로 전달되는 메시지 간의 갈등, 문화적 차이, 정치적 민감성 등을 일깨워준다. 선물의 선택이나 문화 간의 오해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적인 선물은 주고 받는 국가의 문화, 관습,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박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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