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현혹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 박주민 두 의원이 작년에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요지는 회사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가 공개 지지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소액주주 보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 법안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 규정(상법 제382조의 3)에서 ‘회사를 위하여’라는 문구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고 있고, 박주민 의원 법안은 ‘회사’ 외에 ‘총주주’를 추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연합 등은 ‘상법 개정 촉구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선, 이들 법안에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다르며, 양자의 관계가 등가(等價)라고 전제하는 발상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전통적 ‘주주 중심주의’(shareholder supremacy)와 다르고, 그 대척점에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아닌, 듣도 보도 못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동부지법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 침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는데, 주식 등의 제3자 발행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기 쉽기 때문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사의 충실의무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회사법 최상위 이념인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주주평등원칙은 모든 주주는 인간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고, 모든 주식은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주식평등원칙’이다. 대주주가 가진 1주식에 대해 1의결권이, 소액주주의 1주식에도 1의결권이 적용된다는 식이다. 이것이 바로 비례적 이익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주식을 조금 가진 소액주주를 우대해야 한다는 말이 되며, 이는 자본주의 원리가 아니다.

미국 및 일본 회사법은 이사가 직접 주주에게 충실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모범회사법 등 미국의 일부 주 회사법과 판례에서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대상으로 ‘회사 및 주주’라는 표현을 쓰고 있긴 하다. 이는 ‘주주 중심주의’ 아래 회사에 이익이 되면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일반론적 문구일 뿐,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회사법 제355조는 한국 회사법과 조문 구성이 비슷한데, 일본과 한국 모두 미국 회사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고등법원도 최근 ‘이사의 지위 자체만으로는 주주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이사의 의무와 관련해 3국 회사법은 내용상 차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나 개념은 외국법에 없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처럼 상법이 개정돼도 해석상 종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한국 상법은 본래 깨끗하고 단정했다. 1997년 이후 누차 개정된 현행 상법은, 김태진 고려대 교수가 최근 한 학회에서 ‘상법 속 숨은 오류-회사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를 했을 만큼, 오류가 많다. 민주당 두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망가진 상법을 더욱 망가뜨리고 개인 소액투자자들을 현혹할 수 있다. 이사의 행동 기준에 모호성을 가져오는 개정은 경영에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