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역특화 비자(F-2-R)를 지방 인구 소멸과 구인난의 주요 대응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유학생 출신 등 우수 인력과 가족을 국내에 정착시켜 지방 일손과 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가족 정착시켜 지방 일손 늘린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역특화 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진행한 시범사업에서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대구 남구, 충북 제천, 전북 부안, 경기 가평 등 28곳에 총 1500명의 외국 인력이 할당됐다. 시범사업 결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쿼터 확대 요구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는 대학 졸업자에 한해 발급하는 지역특화 비자를 지역 직업계 고교 졸업자에게도 발급하도록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내년 지역특화 비자 정식 시행을 앞두고 연내 인구 감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모를 받을 계획이다. 공모를 거쳐 비자 발급 허용 지역으로 선정된 지자체는 일자리 현황 등을 분석한 뒤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 규모와 인재 조건을 법무부에 제출한다. 법무부는 심사를 거쳐 광역 지자체장이 추천한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한다.

지역특화 비자는 호주와 캐나다의 이민정책을 벤치마킹한 제도다. 호주와 캐나다는 이민자가 도시에 몰리지 않도록 지자체 의견을 적극 반영한 ‘지역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호주는 ‘숙련인력 지역비자’를 운영해 주정부가 추천하는 지역 체류 외국인에게 장기체류 비자를 발급한다. 캐나다도 ‘대서양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서양에 인접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4개 주에 거주하는 것을 전제로 외국인력에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력 정책을 단순 ‘거주’에서 ‘정주’ ‘이민’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경우 ‘장기근속 특례’를 새로 인정할 방침이다. 현재 E-9 외국 인력은 4년10개월 일한 뒤 반드시 일정 기간 ‘출국 및 재입국’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출국 기간을 둔 것은 정주화 방지가 목적이다. 5년 이상 연속 거주한 외국인에겐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설치한 일종의 ‘문턱’이다. 하지만 장기근속 특례 제도가 생기면 외국인 근로자가 이런 출국 및 재입국 절차를 면제받고 최대 10년 동안 머물 수 있어 숙련기능인력 등(E-7-4) 제도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특화 비자 확대와 장기근속 특례 설치는 사업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기도 하지만 외국 인력을 한국에 정주시키겠다는 국가 정책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5년 이상 거주해도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근로자는 영주권 신청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E-9 쿼터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연간 5만~6만 명 수준이던 E-9쿼터를 올해 12만 명까지 확대했고, 내년에는 12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김우섭/곽용희/민경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