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우주 궤도 진입에 성공해 다음달 1일부터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오는 30일 미국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을 우주로 띄울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우주 정찰 경쟁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위성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정찰위성과는 명백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軍, 최종 성공 여부 검증 중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최종 성공 여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군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찰위성 발사가 최종 성공하려면 궤도에 진입한 후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까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했을 가능성은 높지만, 신호 송수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지상기지와 위성 간 데이터 송수신 기술력, 위성체 조종 능력 등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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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경 1호의 해상도도 3m 정도로 군사적 효용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이 제 기능을 하려면 해상도가 1m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정찰위성의 유무는 군사적으로 큰 차이인 데다 북한이 앞으로 추가 발사를 공언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기술이 얼마나 이전됐는지도 관건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상기지와 위성 간 데이터 송수신 측면에서 러시아가 도움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사실상 ICBM을 쏜 것으로 간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며 일제히 북한을 규탄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ICBM으로 전용할 수 있어 위성 발사 시험을 통해 북한이 ICBM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 우리 군 위성, 北보다 성능 월등

北이 발사한 건 사실상 ICBM…우리軍, 30일 '진짜 정찰위성' 쏜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나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기 위해 이번 발사를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할 예정인 우리 군의 첫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 수준으로, 북 정찰위성보다 성능이 월등히 높다.

군은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적외선 탑재 위성 1기 등 5기를 추가 전력화해 위성이 정찰을 위해 지구 상공의 궤도를 한 바퀴 돌아 같은 지점을 감시하는 주기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LWR)와 관련, “올해 10월 중순 이후 LWR 냉각 시스템에서 강력한 물(냉각수) 유출이 관찰됐다”며 “이는 LWR의 시운전과 일치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내 LWR은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로 추정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선 “새 핵실험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맹진규/김동현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