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원전 생태계 복원, 부동산 규제 완화, 감세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이 168석을 앞세운 거대 야당에 줄줄이 발목 잡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기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선명성’을 더욱 강화하면서다. 핵심 지지자의 생각과 다른 정부·여당 정책은 모조리 반대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

22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쟁점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근 들어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에서 심의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완화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립과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지원 등 원전 생태계 복원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SMR 보급 확대 관련 법안을 여당과 합의 처리하는 등 원전 생태계 복원에 완전히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SMR 기술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180도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와 비대면 진료 법제화 등 원래 부정적이던 정책의 반대 입장은 더욱 강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선명성 강화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만큼 핵심 지지층의 이탈만 막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압승한 것이 이런 믿음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한 민주당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지만, 탈원전이라는 당의 정체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