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RPO] 펀드매니저 중·소형株 투자법…"R&D 내역 살폈더니 15배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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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50곳 이상의 기업탐방에 나서는 펀드매니저들
종목 투자로 수익률 15배 달성하기도…기업탐방 노하우 물어보니

"평가한 기업의 적정가치 직접 눈으로 확인"

연초 경영계획서와 R&D 내역 중요 탐방 지표로 활용
[마켓RPO] 펀드매니저 중·소형株 투자법…"R&D 내역 살폈더니 15배 수익"
"연초 경영계획서와 탐방으로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내역은 미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연간 150곳 이상의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이같이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기업 탐방 등을 통해 독점적 정보를 얻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린다. 이들은 탐방을 통해 스스로 평가한 기업의 적정가치를 실제가치와 비교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소형주가 몰려있는 코스닥 상장 종목 수는 1688개사로, 유가증권시장의 952개보다 많다. 매일 한 곳씩 탐방을 다닐 경우 5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하다.

펀드매니저 A씨는 공시나 IR자료를 통해 평가한 기업가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기업탐방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A씨는 장이 끝난 뒤 웬만하면 이틀에 한번꼴로 기업을 방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기업임원을 만난다고 한다. 탐방을 많이 다니다 보면 개인들이 얻기 힘든 중요한 정보를 많이 포착하게 된다.

A씨가 말하는 기업탐방의 목적은 불확실성을 조금씩 제거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을 탐방하면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데, 수시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금세 잘못된 정보가 된다"면서 "탐방이 중요한 이유는 현장에서 투자 포인트를 찾는 것이 아닌, 투자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대규모의 실적이나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숫자라도 상관없다고 설명한다.

A씨는 나름의 기업탐방 노하우로 연초 기업이 발표한 경영(또는 투자) 계획서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연초에 수립한 경영계획"이라며 "탐방을 통해 경영계획서가 잘 지켜지는지를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연초 계획과 달리 현장(생산량 등)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 그는 "기업탐방에서 경영계획서만큼 좋은 답안지가 없는데, 연초 경영 계획을 토대로 P(가격), Q(판매량), C(비용) 등을 확인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면서 "탐방에선 연초 계획표를 토대로 진행 여부 등을 체크,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펀드매니저에게 중요해진 역량 중 하나는 지표 등 데이터 해석 능력이다. 시장에는 재무제표와 같은 수치적 지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비재무적 지표 등 여러 가지 데이터가 존재한다. 펀드매니저는 이 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끄집어내 탐방을 통해 투자 전략을 구체화한다.

주로 중·장기 투자 종목을 발굴하는 또 다른 펀드매니저 B씨는 기업탐방에서 R&D 내역을 중요한 투자 지표로 활용한다. 사업보고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R&D 내역을 토대로 탐방에 나서는 것. R&D 내역을 통해 미래 산업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알 수 있단 이유에서다.

B씨는 "투자 종목이 어떤 테마에 속하는지, 나아가 테마에서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R&D 내역과 탐방으로 추측이 가능하다"면서 "기업 탐방을 통해 해당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또는 지속적인 투자 여부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B씨는 코스닥 상장사 상당수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벤더사(공급기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대기업들의 투자 내역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따라 중·소형주의 실적도 달라지는데, 대기업들의 투자 방향에 따라 차세대 산업이 테마로 떠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R&D 내역을 확인한 뒤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연구소 소장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다"면서 "실제로 초전도체 테마가 유행했을 때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투자 수익을 거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B씨의 주특기는 탐방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가려내는 것이다. 개별 종목 투자에선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기업에 10년 가까이 투자해 15배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B씨는 매년 탐방이나 컨퍼런스콜을 통해 포스코케미칼의 R&D 진행 여부를 체크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13년부터 포스코케미칼에 투자했는데, 사내기술연구소에서 'kWh급 이차전지 음극소재 개발'에 주목했다"면서 "당시 1조원 미만이던 포스코케미칼 시총은 2차전지 소재 쪽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면서 현재 20조원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