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의사당인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연설한 뒤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의사당인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연설한 뒤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국방, 방위산업, 과학기술, 무역 및 투자, 문화, 인적교류, 에너지 등 전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다우닝가 합의(DSA)’를 22일 체결했다. DSA에는 분야별 협력 원칙과 구체적인 이행 계획까지 포함됐다.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이날 런던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포괄적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DSA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합의문을 통해 “양 국가와 경제, 국민 간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양국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별도의 ‘한·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를 반대하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방산 공동 수출 등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회담에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0년 영국의 갑작스러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체결된 한·영 FTA는 시장 접근, 디지털 통상규범, 공급망 협력 등을 중심으로 개선이 이뤄진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전기자동차 등의 수출이 용이해지도록 완화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고속철도 등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장 접근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영 FTA 개선 협상 및 산업 관련 논의를 확대하기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 기업통상부 간 연례 고위급 회의도 열린다.

양국은 또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 금융시장, 경제안보, 국제금융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최 수석은 “금융협력 채널 강화로 한국 금융회사의 영국 시장 투자 확대와 함께 런던 은행·증권사의 한국 시장 참여 확대도 기대된다”고 했다. 양국 정부가 상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협력 채널 역시 내년 말까지 구축한다.

첨단기술 관련 소재·부품·장비, 에너지 및 핵심 광물 등 공급망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 ‘한·영 공급망 대화’는 연내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해상풍력 및 원자력 관련 협력도 이날 합의했다. 양국이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목표다. 제3국을 상대로 해상풍력을 수출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이날 영국 기업 두 곳(코리오, BP)이 1조5000억원 규모 한국 투자를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해상풍력 개발 전문기업인 코리오는 부산 울산 전남 등에 2.9GW 규모로 해상풍력 발전단지 여덟 곳을 짓는다. BP는 남해안 지역에서 해상풍력 단지 관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양국은 또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과학 기술 관련 협력도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양국 정상은 “과학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해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국과 영국은 양국 기업의 연구개발 협력을 증진하도록 지원해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 분야는 우주, 퀀텀(양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벨상을 130명 이상 배출한 과학 기술 강국 영국과 연구개발 관련 협력을 본격화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적 교류도 확대한다. 내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이 30세에서 35세로 상향되고,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늘어난다.

런던=오형주/박한신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