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팍팍 밀어주는데도…'8년 간 내리 적자' 한진관광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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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100% 자회사인 한진관광은 8년째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3년 2월 한진관광특구의 여행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물적 분할 형태로 독립했지만, 이듬해인 2014년에 2억4500만원의 ‘반짝 흑자’를 낸 이후 지난해까지 내리 적자다. 대한항공이라는 막강한 우군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관광은 지난해 매출(영업수익) 65억원에 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엔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10억원, 55억원이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매출은 1149억원에 달했다. 하나투어는 올 3분기에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진관광은 한진그룹의 자회사로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인 ‘칼팩’을 내세우며 10년 전 출범했다. 대한항공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이라는 1등 브랜드에 어울리는 고품격 여행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저가 여행을 박리다매로 판매하는데 몰두하는 기존 여행사들의 공식을 깨겠다는 것이 한진관광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진관광은 2014년에 2억4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작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14년 350억원에서 2019년 49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펜데믹 3년간 매출마저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
한진관광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대한항공에 대한 의존도가 첫 손에 꼽힌다. 한진관광은 여행사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무기를 갖고 있다. 대한항공을 전세기로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한 상품을 6개 내놨다. 퀘벡 직항 캐나다 전세기 상품은 한진관광이 단독으로 선보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여행사의 관계는 절대 갑과 을의 관계”라며 “일반적인 여행사들은 대한항공 좌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데 대한항공 전세기를 수시로 띄운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 관행은 한진관광의 경영진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현 안교욱 대표를 비롯해 역대 대표 대부분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흑자 사업구조 확립을 목표로 고품격 브랜드인 칼팍의 활성화, 하이브리드 및 프리미엄 패키지 강화, 전세기 신규 목적지 개발, 마일리지 상품 강화, 프리미엄 이코노미‧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결합한 테마 여행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리미엄 상품 시장에서도 한진관광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정기편이 없는 지역에 전세기를 띄워 여행업계 내 경쟁보다는 새로운 여행 수요를 예측하고, 대한항공 신규 노선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모두 투어 등 기존 여행사들은 한진관광을 끼면 대한항공 전세기를 활용하기가 쉽기 때문에 한진관광을 좋은 협력 대상으로 여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진관광 외에도 한진그룹의 여행 관련 계열사들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항공기 좌석 예약 등 항공 관련 정보 및 기타 여행 정보의 제공에 관한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9년 한진정보통신에서 분할된 토파스여행정보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5억원, 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칼호텔네트워크 역시 같은 기간 164억원, 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진관광의 부진이 다른 계열사로도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이용자라면 누구나 기내에 비치된 여행 전문 잡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진관광의 칼팩팀이 만든 ‘고품격’ 여행 정보가 담겨 있다. 하지만 콘텐츠 생산은 대부분 외주다. 한진관광은 모든 것을 다 갖춘 ‘금수저 기업’이 그 이점 때문에 오히려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떠난 직원들도 안 돌아온다”…회복 모멘텀 못 찾는 한진관광
2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진관광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진관광은 업계 20위권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 기간에 떠났던 직원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다시 복귀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외형을 키우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한진관광은 지난해 매출(영업수익) 65억원에 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엔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10억원, 55억원이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매출은 1149억원에 달했다. 하나투어는 올 3분기에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진관광은 한진그룹의 자회사로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인 ‘칼팩’을 내세우며 10년 전 출범했다. 대한항공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이라는 1등 브랜드에 어울리는 고품격 여행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저가 여행을 박리다매로 판매하는데 몰두하는 기존 여행사들의 공식을 깨겠다는 것이 한진관광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진관광은 2014년에 2억4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작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14년 350억원에서 2019년 49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펜데믹 3년간 매출마저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
한진관광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대한항공에 대한 의존도가 첫 손에 꼽힌다. 한진관광은 여행사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무기를 갖고 있다. 대한항공을 전세기로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한 상품을 6개 내놨다. 퀘벡 직항 캐나다 전세기 상품은 한진관광이 단독으로 선보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여행사의 관계는 절대 갑과 을의 관계”라며 “일반적인 여행사들은 대한항공 좌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데 대한항공 전세기를 수시로 띄운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팍팍 밀어주는 ‘금수저 기업’인데…
문제는 한진관광이 대한항공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펜데믹 3년간 대한항공의 여객 수요가 끊기자 한진관광의 매출도 급전직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에 초점을 맞춘 마이크로투어리즘에 집중하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한진관광은 대한항공의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만을 기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같은 경영 관행은 한진관광의 경영진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현 안교욱 대표를 비롯해 역대 대표 대부분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흑자 사업구조 확립을 목표로 고품격 브랜드인 칼팍의 활성화, 하이브리드 및 프리미엄 패키지 강화, 전세기 신규 목적지 개발, 마일리지 상품 강화, 프리미엄 이코노미‧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결합한 테마 여행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리미엄 상품 시장에서도 한진관광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정기편이 없는 지역에 전세기를 띄워 여행업계 내 경쟁보다는 새로운 여행 수요를 예측하고, 대한항공 신규 노선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모두 투어 등 기존 여행사들은 한진관광을 끼면 대한항공 전세기를 활용하기가 쉽기 때문에 한진관광을 좋은 협력 대상으로 여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진관광 외에도 한진그룹의 여행 관련 계열사들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항공기 좌석 예약 등 항공 관련 정보 및 기타 여행 정보의 제공에 관한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9년 한진정보통신에서 분할된 토파스여행정보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5억원, 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칼호텔네트워크 역시 같은 기간 164억원, 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진관광의 부진이 다른 계열사로도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이용자라면 누구나 기내에 비치된 여행 전문 잡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진관광의 칼팩팀이 만든 ‘고품격’ 여행 정보가 담겨 있다. 하지만 콘텐츠 생산은 대부분 외주다. 한진관광은 모든 것을 다 갖춘 ‘금수저 기업’이 그 이점 때문에 오히려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