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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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신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화력 발전 의존도를 낮출 때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8기 신축 여부를 2026년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2026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다. 마크롱 대통령 임기 내에 원자력 발전 확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부터 마크롱 대통령은 2050년까지 최대 14기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줄곧 강조한 바 있다.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배경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있다. 2020년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EU)의 기후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지금보다 두 배 늘리고, 청정에너지 공급을 가속하려 했다. 또 가정 및 산업용 에너지 절약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2월 원자력 발전소 확대를 선언했다.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점에 에너지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프랑스 정부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2021년 58%에서 2050년 29%까지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 프랑스 전력 공사(EDF)의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2005년 부분 민영화를 추진한 뒤 다시 국유화에 나선 것이다. EDF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정부와 민간 소액 주주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해서다. 또 민간 자본이 유입된 상태로는 대형 원전 건설을 발빠르게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DF는 2021년 총직원 수가 16만 5000명에 달하고 매출이 850억유로(약 113조1529억원)를 기록하는 등 프랑스 최대 기업 중 한 곳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들은 1980년대에 지은 것이 대부분이다. 후속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프랑스 전력 생산량이 최근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만 185억 유로에 달했다.

EDF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DF는 2024년 말에 건설 중인 6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재평가를 통해 원전 가동 시점을 이르면 2035년으로 정할 방침이다. EDF의 부채 규모를 감안한 결과다. 가동 이전부터 장기 자본 조달 계획을 세웠다. 추가 정부 지원이나 민간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신규 원전 정책을 재평가한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22일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 말에 각 에너지 유형별로 배치 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용과 이점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