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여름엔 두배 뛰고, 지난달 반토막난 이 주식…CEO는 "나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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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LLM '루시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LLM '루시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내년엔 흑자 전환을 할겁니다. 기술 격차를 내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점점 성과를 낼 테니까요. 국내에서 기업·소비자용 인공지능(AI) 서비스 매출을 본격 내는 한편 해외에서도 수익처를 늘릴겁니다.”

AI 솔루션 기업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내년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솔트룩스는 2021년엔 30억원, 작년엔 10억원가량 적자를 봤다. 내년 흑자로 돌아선다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3년간의 영업 적자를 탈출하게 된다.

솔트룩스는 AI와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2000년 출범한 자연어처리 기업 시스메타가 전신이다. 업력이 20년 이상이다보니 AI 사업을 위한 데이터 자산과 AI 관련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한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챗봇도 솔트룩스가 만들었다.

AI ‘두뇌’ LLM 보유한 한국 기업

솔트룩스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루시아’를 보유한 게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AI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두뇌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AI 서비스는 LLM 기본 모델에 일반적인 데이터를 학습시키고(프리트레이닝), 필요시 특정 분야·작업 관련 특화 데이터를 더해(파인튜닝) 온라인 플랫폼이나 앱 등에 탑재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글로벌 AI 기업 오픈AI가 자체 LLM ‘GPT’ 시리즈를 바탕으로 ‘챗GPT’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통상 ‘AI 기업’은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자체 AI ‘두뇌’ LLM을 구축·보유한 기업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LLM 보유 기업의 공개 소스인 개방형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오픈 API)를 바탕으로 자체 AI 도구를 만드는 기업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기업의 AI 도구를 가져다 사용자 경험(UX)·사용자 인터페이스(UI)만 다르게 해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있다. 자연히 뿌리 격인 LLM을 보유한 기업이 통상 확장성이 가장 높다. 솔트룩스는 이 분류 중 첫번째에 들어간다.

이 대표는 “솔트룩스는 자체 LLM을 구현해 외부에도 직접 자체 모델 기반 상용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라고 했다. 지금껏 나온 국내 AI 서비스는 대부분이 오픈AI의 GPT 기반이다.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네이버는 아직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때문에 솔트룩스가 기업·소비자용 시장을 안정적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AI에 입력한 데이터, 기업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는 “AI 도구를 쓰는 기업들은 보안과 정확성, 저작권 등에 문제가 없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솔트룩스는 전문 도메인(분야)이나 기업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AI 서비스가 특징”이라고 했다.

솔트룩스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기업·기관 안에 AI 서비스를 심어주는 ‘온프레미스’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외부 클라우드 등에 있는 AI 서비스를 연동해 쓰는 게 아니라 AI를 기업 안으로 들여 활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하면 AI 도구에 입력하는 각종 데이터가 해당 기업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챗GPT 등에 입력하는 데이터를 AI가 자동 학습해 다른 이용자에게 표출하는 응답에 활용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운영상 보안성도 높다. 솔트룩스의 AI 도구는 권한 관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AI의 데이터 공개 정도를 이용자별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구매 담당 사원이 직원들의 연봉에 대해 AI에 질문하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인사부장과 사장이 질문을 넣으면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이 대표는 “AI가 어떤 이에겐 대답을 해도 되고, 다른 이에겐 대답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구분하게 만드려면 기본 모델 단계에서 학습·설정을 시켜야 한다”며 “즉 자체 LLM이 있는 기업만 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시아가 한국어 특화 LLM인 것도 장점이다.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되는 한국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줄였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사실과 허위진술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른바 ‘아무말대잔치’를 응답으로 내놓는 일을 뜻한다. 제품 스펙이나 생산·재무 정보 등 수치 정확도가 매우 중요한 기업들이 AI 도구 사용을 꺼려온 이유다.

이 대표는 “루시아 기반 기업용 서비스는 챗GPT에 비해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43% 적게 나타난다”며 “답변의 출처와 근거까지 각주를 달듯 제시해 이용자가 원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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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정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해결했다. 루시아는 2테라베이트(TB)에 달하는 한국어와 영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중 한국어 데이터는 도서 420만권 분량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학습 데이터는 솔트룩스가 자체적으로 대량 구매했거나 정부의 AI 데이터 구축 사업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것들”이라며 “국내에서 2TB 규모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주요 플랫폼 기업과 솔트룩스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장점 덕분에 기업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루시아 도입을 협의 중인 곳이 기업과 공공기관 등 여든 곳 이상”이라고 했다.

상용화 서비스 속속…“매출 본격화”

올 하반기 들어선 자체 LLM 기반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엔 자회사 플루닛(지분율 66.25%)을 통해 AI 비서인 ‘플루닛 워크센터’와 ‘손비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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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100% 자회사 구버를 통해 인지검색 서비스 ‘구버’에 대한 베타테스트에도 돌입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모아 보고 형식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구버는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모기업인 솔트룩스는 LLM 루시아를 기반으로 한 사업에 집중하고, 플루닛과 구버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서비스를 늘리는 구조”라며 “구버를 통해선 해외 사업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매출 구성도 AI 중심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기존엔 매출 비중의 절반 가량(올들어 누적 기준 45.2%)을 차지하는 빅데이터 사업을 LLM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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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그간 AI를 활용해 정형·비정형·소셜데이터를 분석하는 사업을 해왔다”며 “점차적으로 각 사업을 LLM 중심으로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계획된 적자’…대규모 투자 영향

솔트룩스는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115억원 적자를 봤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수년간 집중 투자를 벌여 단기 적자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했다. “LLM을 구축하는 데엔 기술 전문성과 자본이 많이 필요합니다. LLM 제작에 적게는 200억원에서 1000억원가량이 들어가니까요. 솔트룩스는 그정도 투자를 벌일 여력이 있기 때문에 기술 격차를 내기 위해 자금을 투입한 겁니다.”

지난 14일 정보기술(IT) 기업 NHN의 AI 자회사 NHN다이퀘스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도 대규모 투자의 일환이다. 솔트룩스는 NHN이 보유했던 NHN다이퀘스트 지분 94.95%를 전량 256억원에 인수했다. NHN은 이 과정에서 솔트룩스가 발행한 신주를 얻어 솔트룩스 지분 5.69%를 확보했다. 다이퀘스트와 솔트룩스 양사의 조직을 합치면 AI 연구개발 인력이 600여명 규모로 늘어난다.

이 대표는 “AI 분야는 기업의 규모보다는 투자 여력이 있는지, 전문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성패를 가른다”며 “AI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주가 급등락…이 대표 "나도 주식 더 사려고 노력"

솔트룩스의 주가는 지난 수개월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7월초부터 8월초 사이에 116% 주가가 뛰었지만, 지난 9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진 올랐던 주가가 도로 반토막났다. 지난 한달간 주가는 27%가량 뛰어 올들어 총 상승폭은 약 11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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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급등락을 거듭한 솔트룩스의 주가 추이에 대해 “주시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AI주라는 분야가 일종의 테마주로 분류된 것 같다”며 “테마주의 특성상 회사에 대한 비전보다는 단타로 시세차익을 내려는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요동쳤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솔트룩스 주식을 사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면 '나는 주식을 더 사려고 노력한다'고 답한다”며 “주가가 떴다가 빠지는 경우가 있어도 전체적인 주가 추이는 지속 상승 궤도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솔트룩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다. 이를 3년 내에 1조원 이상으로 만드는 게 이 대표의 목표다. 그는 “솔트룩스는 단순히 최근 ‘AI 붐’을 타고 반짝 등장한 기업이 아니다”며 “지난 20여년간 3000여 기업에 대해 AI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며 문제 해결을 해온 만큼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탄탄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 기준 7~8% 수준에 그치는 해외 매출 비중을 2026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2026년엔 국내외를 아울러 1억명가량이 매일같이 쓰는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