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영연방.개발부 장관과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서명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영연방.개발부 장관과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서명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영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무상원조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발굴에 협력하기로 했다. 개도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수출 시장 확대, 공급망 구축 등 '국익'을 위한 경쟁이 장인 ODA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국이 선진 공여국과 개발 협력 분야에서 파트너쉽을 맺은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만나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뤄졌다. 지난 5월 양국이 서명한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의향서'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양국은 공통 관심 분야인 디지털, 기후·환경, 보건, 민간 협력·개발금융, 여성 부문에서 국제개발 파트너십(필라1), 개발 경험 공유·역량 강화(필라2), 다자체제 내 협력(필라3)을 3대 축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유상원조 부문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영국 국제투자공사 간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ODA 예산을 올해보다 44% 많은 6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ODA 규모를 키워 국제 사회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예산 확대에 대비해 ODA 분야에서 정보력과 네트워크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나은 영국 국제투자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 발굴 경로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그간 소득 수준 및 경제 규모에 비해 ODA에 인색한 나라로 분류돼왔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내 ODA 비중은 0.17%에 불과했다. 이는 국제 ODA를 주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 30개국 중 28번째다. 금액 기준으론 27억9000만달러로 16위였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국가 경제력에 비해 한국의 ODA 실적이 저조하다는 의미다.

영국과의 개발협력 파트너쉽은 한국 ODA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보력 부족과 집행 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DAC 30개국 가운데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지원 규모가 큰 나라다.

일반적으로 ODA 사업은 원조를 받는 나라(수원국)의 요청이 들어오면 당국이 타당성조사 등 검토를 거쳐 결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미리 수원국의 수요를 파악한 뒤 자국 기업의 시장 진출이나 공급망 확보 등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사업을 효과성이 높은 대형 사업을 '입도선매'식으로 확보한다.

이번 파트너쉽을 통해 영국과의 공동사업 추진 가능성을 모색하고 인적 교류와 정보 공유를 통해 ODA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영국과 같이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공여국과 적극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우리 ODA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