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이 변동금리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고정금리 중심으로 손 보기로 했습니다.

고정금리 비중이 90%를 넘는 미국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는데, 정작 미국 현지에선 “고정금리 대출이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56%, 전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변동금리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6일 백브리핑 中) : “미국 같은 경우 고정금리 베이스로 돼 있기 때문에 금리 부담에 캡이 씌워져 있고, 저희는 그게 완전히 뒤바뀌어서 금리 변동으로 인한 충격은 온전히 위험 관리를 할 수 없는 개인들이 받아야 되는 구조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지목하면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늘려나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변동금리는 악(惡)이고 고정금리는 선(善)’이라는 당국의 정책 방향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먼저 내년 이후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건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석병훈 /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 앞으로 물가가 안정되면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할 건데 현 시점에서 금융소비자들에게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할 경우 높은 수준에 금리가 묶이게 돼서…]

또 당국이 모범사례로 꼽은 미국 현지에선 정작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보도에서 “30년 고정금리 모기지가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린 주범”이라고 지적했는데, 과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을 내놓질 않아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고정금리 대출이 많아지면 금리 상승기에도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처럼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사회 전반의 주거 이동성을 낮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권흥진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에서 학자들이) 고정금리가 유리하냐 아니면 변동금리가 유리하냐 연구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의 차주한테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금리가 올라서 문제가 생기시는 분들은 변동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돈 많이 빌리신 분들이잖아요. 그게 안 되게 DSR 제도를 정비하고...]

결국 대출자들이 본인 상황에 맞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선택해야 하는데,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서형교기자 seogyo@wowtv.co.kr
美처럼 고정금리 늘리자는 금융당국…현지선 “부동산 시장 망친 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