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치 '집 밖'에서 결정?…조경에 꽂힌 건설사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세계적인 조경 대상을 잇달아 받는 등 단지 외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건축 디자인과 설계, 인테리어 등 아파트 내부뿐 아니라 외부 조경 공간으로 ‘가치 높이기’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관한 ‘2023년 IFLA 아시아태평양지역 어워즈’에서 문화도시 경관 부문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현대건설도 공동주택 부문 우수상과 놀이터 디자인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IFLA는 1948년 창설된 조경 분야 최고 권위의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매년 세계 71개 회원국의 프로젝트 가운데 지속가능한 도시와 환경 조성에 기여한 건축물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세계조경가협회상에는 문화도시 경관 부문을 포함해 총 10개 부문에 433개 작품이 접수됐다.

삼성물산의 출품작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래미안 브랜드 체험관(래미안갤러리)의 외부 조경 공간 ‘네이처 갤러리’(사진)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모티브로 지속 가능한 조경을 구현하기 위해 소나무, 서어나무 등을 자연스러운 식재 기법으로 배치해 실제 숲의 모습을 재현했다. 수생식물이 사는 생태 연못을 조성해 폭우 때 빗물 조절은 물론 다양한 동식물이 자라면서 자체적인 생태계 유지가 가능하게 했다. 시선 등을 차단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인접한 공원과 동선이 연결되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휴게 시설과 조명 등을 통해 주민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동주택 부문 수상작인 현대건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단지 조경은 ‘시그네이처 갤러리(Sig-Nature Gallery)’를 콘셉트로 도심 속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세련된 현대미술관의 풍경이 느껴지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옥상 조경의 생태면적률을 40% 이상으로 적용해 충분한 녹지환경을 조성했다. 영국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 놀이터’, 박제성 서울대 교수의 ‘더 게이트 탄젠트’ 등 세계적 예술가들이 참여한 작품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놀이터 디자인 부문 수상작(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홍은 포레스트)인 ‘토끼 놀이터’는 세계 최초로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구현한 어린이 놀이시설물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