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7년까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100곳으로 늘리기 위해 은행의 ‘투자 빗장’을 풀기로 했다.

일본 금융청은 내년 6월까지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출자제한제도를 완화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현재 은행은 투자전문 자회사를 통해 설립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에 한해 지분을 5% 넘게 사들일 수 있다.

금융청은 이 기준을 설립 15~20년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은행에 위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겨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연구개발(R&D)형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신약 개발과 같은 연구개발형 스타트업의 60% 이상은 주식시장에 상장(IPO)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스타트업에 위험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은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은 VC업계를 육성하지 못해 자금 공급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 9000억엔(약 7조8413억원) 가운데 VC 투자금은 40%(3700억엔)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1% 수준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출자 규모는 300억엔이다. 스타트업업계는 규제 완화로 금융회사의 출자 규모가 수백억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벤처 투자 규모를 10조엔, 유니콘기업은 10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유니콘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유니콘기업은 629곳에 달한다. 중국(173곳)과 인도(68곳), 영국(44곳)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유니콘기업은 15곳으로 세계 10위다. 6곳의 유니콘기업을 보유한 일본은 17위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유니콘기업이 138곳 배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