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부실 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어서다. 2조원대로 예상되는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내년부터는 은행권의 성장 정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자이익보다 비용이 더 늘어

'상생 압박' 4대 금융, 순익 증가율 반토막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조7498억원으로 작년보다 5.7%(8992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9.2%)에 비해 3.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작년보다 순이익이 15%(6695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금융의 증가율은 최대 5% 수준에 그친다.

4대 금융의 순이익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높은 시장금리 탓에 조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증가했지만 자금 조달에 필요한 은행채와 예·적금 등의 금리도 뛰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68%였던 국내 은행의 NIM은 2분기 1.67%, 3분기 1.63%로 떨어졌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기업 고객이 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대출금 중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되는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은 3분기 총 7조4394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7.8%(2조397억원) 불어났다.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조차 지급되지 않은 은행 무수익여신 잔액도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를 시작으로 4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조달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이익 증대 효과보다는 비용 인상에 따른 수익성 하락세가 더 빠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은행이 미래 손실을 대비해 쌓는 충당금을 늘려야 하는 점도 실적 부진 이유로 꼽힌다. 은행들은 4분기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부도 시 손실률(LGD) 기준을 높일 방침이다. 대출 채권에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LGD 상향에 따라 4분기에 1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추가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

○2조원대 상생금융도 부담

은행권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와 납부 이자 캐시백(환급) 등 상생금융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로 4대 금융의 실적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출금리 인하든, 이자 환급이든 4대 은행은 상생금융으로 수천억원의 이자수익을 포기해야 하고 그만큼 순이익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4대 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부담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횡재세 형태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른 은행권 부담액(1조9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소현/최한종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