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가 연말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월가에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휴 특수가 기대되는 유통·카지노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아직 금리 인상 국면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10년 연말 카지노·헬스케어 강세

美산타랠리 기대감…카지노·소비재株 달리나
23일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0.46% 오른 14,265.86에 마감했다. 최근 한 달(10월 23일~11월 22일)로 보면 9.5% 뛰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동결과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다. 23일부터 미국이 추수감사절·블랙프라이데이 연휴에 들어가 소비가 활성화되는 것도 증시 상승 기대를 키우고 있다.

투자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20일 21.71에서 전날 12.89까지 하락했다. 통계적으로도 산타랠리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975년 이후 S&P500지수가 연초부터 11월 중순까지 5% 이상 오른 경우 87%의 확률로 연말까지 추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S&P500은 연초 대비 전날까지 19.1% 올랐다.

지난 10년을 보면 추수감사절 이후 카지노, 소비재, 헬스케어 관련주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CNBC가 2013~2022년 10년간 추수감사절 이후 2주간 주요 종목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미국 카지노업체인 시저엔터테인먼트가 평균 4.9%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델타항공은 10년 평균 2.6% 올라 시저엔터테인먼트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휴 기간 미국 내 관광·휴양 수요가 늘어나면서 카지노·항공업체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카지노업체인 MGM리조트도 최근 10년간 평균 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재·헬스케어 관련 주식도 연말 비교적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었다. 미국 약국체인인 CVS헬스케어는 최근 10년간 추수감사절 이후 2주 동안 평균 2.3%, 담배업체 필립모리스는 2.1%, 의료보험업체 휴마나는 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비교적 주가 변동성이 작은 종목으로 옮겨 타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소비자심리가 악화하고 있지만 저가전략을 펼치는 할인점들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금융투자회사 키뱅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월마트와 같은 할인점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산타랠리 아직 일러”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지표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수 있어 산타랠리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1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4000건 감소한 20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미국 고용시장이 강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내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는 전날 발표한 11월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의 내년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4.5%라고 밝혔다. 10월 4.2%, 9월 3.2%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라이언 이스라엘 퍼싱스퀘어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글로벌 경기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