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쓰는 카페·음식점, 비용 보전해주자"
“종이 빨대를 쓰겠다는 소상공인에게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학래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사진)는 23일 서울 신사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불거진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후퇴와 관련해 이같이 제언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이 종이 빨대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서”라며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지 못하겠다면 차액을 지원해줘서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너무 이상적이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여의찮아지자 원상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번엔 종이 빨대 가공업체들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40년 이상 제지산업을 연구한 이 교수는 종이의 ‘친환경성’에 대해 정책당국이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종이는 원료가 바이오 소재여서 태생이 친환경적”이라며 “재활용률 등을 따져보면 플라스틱은 바다 등으로 향하는 오염물질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제지업계와 석유화학업계 간 대립각이 세워지는 부분은 경계했다. ‘제로섬’이 아니라 손을 잡으면 더 친환경적인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중 일부만 종이가 대체할 수 있다”며 “다만 플라스틱과 종이를 합쳐 더 친환경적인 제품이 나온다면 양쪽 업계를 위해서,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종이와 플라스틱을 혼합한 맥주병이 등장한 바 있고 국내에서도 뚜껑은 플라스틱인데 포장재는 종이를 쓰는 화장품 용기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국내 제지산업은 생산량 기준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의 진출에 내수시장에서도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기업끼리 필요에 따라 과감히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