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과 어울리는 '공간'이 주는 행복
평일 오후 한 매장을 방문했는데, 50~60대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전엔 주로 30~40대 여성 고객들이 매장을 자주 찾았다. 시간이 지나 이들은 50~60대가 됐고, 여전히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15년째 매년 동창 모임을 한다는 고객의 얘기를 들었을 때 외식업계 경영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일상에서의 외식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 및 지인과의 ‘만남’을 위해 찾는다.

지인과의 ‘만남’조차 어려운 시기였던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과연 외식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 “고객이 다시 모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만남’을 원하는 고객으로 인해 필자가 운영하는 매장은 2~3년 전보다 더 활기를 띠고 있다. 결국 사람은 ‘모이기’를 원하고 ‘누군가와 만나기’를 원하는 본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산업군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으나 사람들의 ‘만남’ 욕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외식산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나기 위해’ 외식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 2년 전부터 레스토랑에 가면 접시를 정리하는 로봇과 키오스크를 쉽게 볼 수 있다. 레스토랑 직원과 고객 간 접점이 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 이 속에서 레스토랑 직원과 소통하기 어렵고, 식사만 하고 돌아가서 서운함을 느끼는 고객도 종종 보게 된다.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면 “너무 친절하다. 서비스가 좋다”는 칭찬을 받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적인 고객 서비스 과정이었는데 이를 ‘친절’로 느끼는 현실이 낯설기도 하다.

외식업 관계자로서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공간은 가치를 발휘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매장을 만들 수 있을까? 매장, 즉 공간이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안에 모이는 고객들의 소리를 경청한다. 이곳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느끼는 감정,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매장 안에 있는 직원과의 조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어느 레스토랑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해지기도 한다. 단순히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공간이 아니라 몇십 년째 방문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장, 즉 고객 중심의 공간으로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다.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간과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외식업계 경영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