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수요부진에 올해 75% 하락한 리튬…"내년 더 떨어질 것" [원자재 포커스]
中 탄산리튬 가격 이달 20% 하락
골드만 “내년 공급과잉 심화 전망”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하얀 석유’ 리튬 가격이 올 들어 75%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다. 리튬 가격의 하락세가 끝을 보이지 않으면서 반등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상하이 비철금속 거래소에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13만5000위안(약 2450만원)선까지 떨어지며 이달 들어 20%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하루 기준 상승한 지난달 25일 이후 약 한 달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59만7500위안까지 치솟았던 리튬 가격은 올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16만5500위안까지 떨어졌다가 6월 31만위안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호주에서 채굴되는 리튬이 함유된 암석 스포두멘은 올 들어 가격이 반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리튬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NEF의 앨런 레이 레스타우로 애널리스트는 “내년 리튬 공급이 더 늘어나고, 전기차 수요는 위축되면서 리튬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리튬 시장이 2028년이 돼야 공급 부족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과잉·수요부진에 올해 75% 하락한 리튬…"내년 더 떨어질 것" [원자재 포커스]
기업들도 리튬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기업 SQM도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리튬 가격 하락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 광산업체인 앨버말 코퍼레이션은 일부 리튬 생산업체들이 설비 가동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리튬 가격이 반등하기에는 아직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9만t의 LCE(탄산리튬 환산 기준)가 초과 공급일 것이며 2024년에는 202만t으로 초과 공급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리튬 생산량 증가세를 전기차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기업들은 최근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유럽의 자사 전기차 주문량이 15만대로 전년 동기(30만대) 대비 50%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완성차 1위 기업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을 1년 늦췄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