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물, 네 가지 삶…다른 선택이 만든 평행세계 '4 3 2 1'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빵 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10년 만의 신작…"이 책 쓰고자 평생 기다렸다"
같은 이름과 배경을 지니고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 삶이 다르게 전개된다면.
이를 가르는 분기점은 삶의 여러 지점에서 한 다른 '선택'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경우의 수'이다.
'빵 굽는 타자기'로 유명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가 국내에 10년 만에 번역 출간한 신작 '4 3 2 1'(전 2권)은 이를 화두로 평행세계 속 네 가지 버전의 삶을 다룬다.
2017년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대작 장편이다.
네 삶의 주인공은 모두 1947년 3월 태어난 아치 퍼거슨이다.
뉴저지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읽기와 쓰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청소년기에는 동갑내기 에이미를 좋아했다.
퍼거슨은 냉전, 케네디 암살, 인종 갈등,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 등 전후 미국의 역사적 사건도 목격한다.
오스터는 이런 공통 배경을 지닌 하나의 퍼거슨을 퍼거슨-1, 퍼거슨-2, 퍼거슨-3, 퍼거슨-4로 나눠 평행세계에 놓고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시기별로 다른 이야기를 번갈아 펼쳐 보인다.
어떤 퍼거슨은 손가락 두 개를 잃고, 어떤 퍼거슨은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한다.
어떤 퍼거슨은 날마다 친구들에게 얻어맞고, 어떤 퍼거슨은 신발이 주인공인 단편소설을 써낸다.
퍼거슨들 이야기 곳곳에는 글쓰기에 대한 탐구,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 작가의 모습이 녹아있다.
오스터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을 방송 등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14살의 작가가 여름 방학에 참가한 청소년 캠프에서 친구들과 숲속을 하이킹하던 중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벼락을 맞고 숨진 일이다.
이후 그는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소설 속 퍼거슨도 여섯 살 무렵 참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사고를 둘러싼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본다.
나무가 집 뒷마당에 없었을 수도 있고, 팔다리가 모두 부러졌을 수도, 혹은 죽어 버렸을 수도 있었다는 상상. 그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일이 한 가지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속도감 있는 문체에 이끌려 1천500쪽이 넘는 퍼거슨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퍼거슨의 삶이 뒤섞인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퍼거슨이 만들어낸 어떤 인물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모든 퍼거슨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갈림길과 선택에 직면하고, 그중 가능한 삶으로 나아간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고 후회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고 안도하면서.
열린책들. 김현우 옮김. 1권 808쪽·2권 744쪽.
/연합뉴스
이를 가르는 분기점은 삶의 여러 지점에서 한 다른 '선택'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경우의 수'이다.
'빵 굽는 타자기'로 유명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가 국내에 10년 만에 번역 출간한 신작 '4 3 2 1'(전 2권)은 이를 화두로 평행세계 속 네 가지 버전의 삶을 다룬다.
2017년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대작 장편이다.
네 삶의 주인공은 모두 1947년 3월 태어난 아치 퍼거슨이다.
뉴저지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읽기와 쓰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청소년기에는 동갑내기 에이미를 좋아했다.
퍼거슨은 냉전, 케네디 암살, 인종 갈등,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 등 전후 미국의 역사적 사건도 목격한다.
오스터는 이런 공통 배경을 지닌 하나의 퍼거슨을 퍼거슨-1, 퍼거슨-2, 퍼거슨-3, 퍼거슨-4로 나눠 평행세계에 놓고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시기별로 다른 이야기를 번갈아 펼쳐 보인다.
어떤 퍼거슨은 손가락 두 개를 잃고, 어떤 퍼거슨은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한다.
어떤 퍼거슨은 날마다 친구들에게 얻어맞고, 어떤 퍼거슨은 신발이 주인공인 단편소설을 써낸다.
퍼거슨들 이야기 곳곳에는 글쓰기에 대한 탐구,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 작가의 모습이 녹아있다.
오스터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을 방송 등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14살의 작가가 여름 방학에 참가한 청소년 캠프에서 친구들과 숲속을 하이킹하던 중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벼락을 맞고 숨진 일이다.
이후 그는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소설 속 퍼거슨도 여섯 살 무렵 참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사고를 둘러싼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본다.
나무가 집 뒷마당에 없었을 수도 있고, 팔다리가 모두 부러졌을 수도, 혹은 죽어 버렸을 수도 있었다는 상상. 그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일이 한 가지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속도감 있는 문체에 이끌려 1천500쪽이 넘는 퍼거슨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퍼거슨의 삶이 뒤섞인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퍼거슨이 만들어낸 어떤 인물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모든 퍼거슨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갈림길과 선택에 직면하고, 그중 가능한 삶으로 나아간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고 후회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고 안도하면서.
열린책들. 김현우 옮김. 1권 808쪽·2권 74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