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은행들에 기후변화가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 홍수로 침수된 집과 태풍으로 손상된 유전 등 이상기후가 은행의 주 고객인 기업과 가정의 자산에 예측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고 있어서다. 전 세계를 덮친 이상기후가 점점 많은 분야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자 미 당국과 은행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지역은행 리전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리전스 본사에 있는 ‘날씨 팀’은 매일 날씨를 관측하고 분기마다 기상 보고서를 작성한다. 재해 매뉴얼을 정기적으로 수정하는 것도 기상팀의 업무다. 남부 은행인 리전스의 1300여개 지점들이 허리케인과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들에 퍼져 있어서다.

리전스는 대출심사 및 모니터링 기준에도 기후변화를 포함시켰다. 주택담보대출을 승인하기 전 부동산이 홍수 등 자연재해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업대출의 경우 유전이나 목재 생산지 같은 주요 기반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지 등을 고려하는 식이다. 이상기후가 기업과 가계의 신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WSJ은 “이제 모든 유형의 기업이 폭염과 폭풍, 홍수, 산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은행들은 어떤 기업 및 가계와 거래해도 될지, 이상기후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당국도 은행들의 기후변화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과 재무부 통화감독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자산 규모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들이 사업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 등 사업의 모든 부문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Fed는 내년 JP모간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 주요 은행 6곳을 대상으로 기후 시나리오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기후변화 상황에서 대형은행들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은행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예측해보는 연습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