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최강욱의 발언은 충분히 할 만한 말이었다."
"민주당은 항상 저자세다. '사과 병'이 또 도졌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에 당 지도부가 징계에 나서자 강성 지지층은 이같이 분노를 토했다. 최 전 의원의 발언보다 그를 징계한 지도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강성 지지층의 열띤 응원을 받아서일까. 최 전 의원 역시 논란 이후 공식 행사를 피하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내에서는 최 전 의원을 두둔하거나 측은하게 여기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최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는 워낙 좋아하는 선배"라며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어렵게 결정했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그를 감싸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같은 날 "그 말을 왜 못하는가'라며 "그것을 빗대서 '동물농장'에 나온 상황을 설명한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됐단 말인가"라고 말했다가 당이 징계를 시사하자 사퇴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과 한자리에 있던 민형배 의원은 언론의 보도가 과도하다고 반발했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며칠 동안 침묵을 지키다 당 지도부가 징계를 결정하자 뒤늦게 성명을 발표했다.

○ 노인 → 청년 →여성…野 어쩌다 '3종 비하' 모았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민주당은 최근 잇달아 '막말·비하' 관련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막말 이후 당내에서 오히려 당사자를 옹호하다 뒤늦게 사과해 수습이 지연되는 일 역시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민주당은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있기 직전에는 민주당이 당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로 청년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직전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놈'이라고 비난했다 도마 위에 올랐다.

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세대를 향해 "미래 짧은 분들"이라고 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은 지난 8월의 일이다. 김 전 위원장은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1대1 표결을 하느냐"고 했다 노인 비하라는 비판받았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당 지도부가 이 같은 언행을 사실상 수수방관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의 열띤 응원에 비해 당의 대처는 '최소한'에 그치다 보니,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명 성향의 유튜버인 박시영 씨는 지난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최 전 의원 징계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 내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있고, 아까 정청래 최고위원에 들어보니 정청래 최고위원과 이재명 대표는 징계에 반대했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이런 추측이 나도는 데는 지도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가 최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이후에도 공식 석상에서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자, 지지자들이 이같이 넘겨 짚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최 전 의원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 번도 시원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 대표의 뜻이라면 뭐든 환영하고 따르던 개딸 강성 팬덤이지만 이번 사태에는 당이 내린 결정에 반발하며 최강욱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 대표의 진짜 뜻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 민주당의 막말과 국민 비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며 "진정성을 보여줄 첫 수순은 도덕과 부도덕의 기준조차 오직 이재명을 지지하는 의원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지는 개딸 강성 팬덤, 강성 유튜브와의 결별"이라고 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논란의 당사자가 '친명이냐 아니냐'에 따라 당의 대응 수위가 달라졌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 '지지율 타격' 野, 앞으론 다를까…"부적절 언행 공천에 반영"

민주당은 내년 4월에 총선을 앞둔 만큼, 앞으로는 '막말' 등 부적절한 언행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예고했다. '비하' 논란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 민주당 27%, 무당층이 30%였다. 직전 조사인 2주 전에 비해 국민의힘은 31%에서 3%포인트 오르고, 민주당은 28%에서 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민주당의 '청년·여성 비하'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이에 총선 후보자들의 막말이나 설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공직자 윤리의식 및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막말, 설화, 부적절 언행에 대해 검증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엄정히 검증하고, 공천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