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ESG 투자 키워드…‘통합 전략·천연가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23년 한 해 동안 글로벌 ESG 펀드는 안티 ESG 움직임과 고금리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4년에도 여전히 ESG 투자는 유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천연가스나 풍력 부품 인프라, 탄소 포집 솔루션 등을 살펴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월스트리트에서 ESG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
올 한 해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아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연말을 앞두고 최근 몇 년간 월가를 이끈 투자 테마 중 하나인 ESG 투자에 대해 촌평을 한 셈이다. 실제 WSJ는 글로벌 투자 분석 기관 모닝스타 통계를 인용해 올 들어 전체 ESG 펀드에서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폐지되거나 ESG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한 펀드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ESG 투자의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2024년 갑진년 투자 키워드를 알아봤다.
ESG 간판 떼는 월가
월가가 조용히 ESG 펀드를 폐쇄하거나 이름을 바꾼 이유는 실망스러운 수익률 때문이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ESG 관련 주식형 펀드 55개의 평균 수익률은 13.23%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1.79%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ESG 투자 테마 중 가장 큰 축인 친환경 투자 성적(6.91%, 녹색성장펀드 기준)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글로벌 ESG 펀드에서는 약 18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체 운용 자산 역시 2990억 달러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소 6개 펀드가 ESG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하고 다른 32개 펀드는 폐지된다. 투자사 하트포드펀드는 핵심 채권형 상품명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이름을 핵심 채권펀드로 바꾸고 관련 자산도 일부 매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너도나도 ESG와 관련한 이름을 펀드명에 추가하던 흐름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WSJ는 자산관리사 퍼시픽파이낸셜도 총 1억87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 3개의 이름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뺐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올해 3분기 신규 ESG 펀드가 단 3개에 불과했다. 지난 분기 신규 ESG 펀드 출시가 27건이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힘 빠지는 안티 ESG 움직임 ESG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ESG 흐름에 반대하는 안티 ESG 움직임이 확산된 데다 고금리 탓에 친환경에너지 투자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ESG 투자시장은 안티 ESG 및 투자상품 그린워싱 등 각종 논란으로 어려운 한 해였다”며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ESG 투자가 정치권 논리로 사용되면서 안티 ESG 움직임이 확산됐고, 투자상품 그린워싱에 대한 처벌 사례가 증가하면서 ESG 투자에 회의적 시각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3년 상반기에만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에서 총 165건에 달하는 안티 ESG 법안이 발의되었으며, 2021년부터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되던 도이치뱅크 자산운용(DWS)은 그린워싱 벌금 최고액인 1900만 달러(약 246억원)의 벌금을 SEC로부터 부과받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안티 ESG 움직임이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 연구원은 “현재 15%에 불과한 안티 ESG 법안 승인율로 약해지는 안티 ESG 움직임과 그린워싱 벌금도 ESG 펀드 공시기준 수립에 따른 처벌 강화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ESG 투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일시적 이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투자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85%의 투자자들은 ESG가 수익률 제고, 탄력적 포트폴리오 및 펀더멘털 분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68%는 ESG 통합 전략을 주요 ESG 투자 전략으로 적용하고 있다. 스크리닝 전략을 활용하는 44% 투자자 비중보다 높은 비중이다. 또 투자자들은 ESG 요소를 ESG 투자자산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투자자산에 적용하는 등 ESG 통합 전략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자산 비중을 76~100%까지 확대하는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기존 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재무적 지표에 ESG 영향을 반영하는 ESG 통합 전략이 중요하다”며 “재무 성과와 관련성이 높은 ESG 요소를 재무 분석에 포함하면서 ESG 투자는 단순 ESG 등급, 특성 산업을 스크리닝하는 방식이 아닌 재무적 가치평가에 기반한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SG 통합 투자전략은 비즈니스모델에 영향을 미칠 ESG 요소를 예상하고, 여타 투자자 대비 빠르게 기업가치를 추정하면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내년 미 대선...천연가스 주목?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추구하는 친환경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포집 솔루션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원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과 에너지 패권을 중요시하는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과 부합하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천연가스 생산과 사용 확대가 이뤄진다면 관련 인프라 장비를 제공하는 기업이 혜택을 볼 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포집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풍력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적 악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업황이 어려운 만큼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은 풍력발전 부품 제조사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지금 같은 고금리 기조와 프로젝트 중단 이슈가 지속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해당 리스크가 풍력발전 부품 제조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약 2년의 리드타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친환경 테마 대표 업종인 2차전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 시각을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 2024년 미국 대선으로 인한 친환경 정책 변화 가능성, 유럽 내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좁은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2024~2025년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올 한 해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아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연말을 앞두고 최근 몇 년간 월가를 이끈 투자 테마 중 하나인 ESG 투자에 대해 촌평을 한 셈이다. 실제 WSJ는 글로벌 투자 분석 기관 모닝스타 통계를 인용해 올 들어 전체 ESG 펀드에서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폐지되거나 ESG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한 펀드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ESG 투자의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2024년 갑진년 투자 키워드를 알아봤다.
ESG 간판 떼는 월가
월가가 조용히 ESG 펀드를 폐쇄하거나 이름을 바꾼 이유는 실망스러운 수익률 때문이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ESG 관련 주식형 펀드 55개의 평균 수익률은 13.23%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1.79%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ESG 투자 테마 중 가장 큰 축인 친환경 투자 성적(6.91%, 녹색성장펀드 기준)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글로벌 ESG 펀드에서는 약 18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체 운용 자산 역시 2990억 달러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소 6개 펀드가 ESG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하고 다른 32개 펀드는 폐지된다. 투자사 하트포드펀드는 핵심 채권형 상품명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이름을 핵심 채권펀드로 바꾸고 관련 자산도 일부 매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너도나도 ESG와 관련한 이름을 펀드명에 추가하던 흐름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WSJ는 자산관리사 퍼시픽파이낸셜도 총 1억87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 3개의 이름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뺐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올해 3분기 신규 ESG 펀드가 단 3개에 불과했다. 지난 분기 신규 ESG 펀드 출시가 27건이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힘 빠지는 안티 ESG 움직임 ESG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ESG 흐름에 반대하는 안티 ESG 움직임이 확산된 데다 고금리 탓에 친환경에너지 투자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ESG 투자시장은 안티 ESG 및 투자상품 그린워싱 등 각종 논란으로 어려운 한 해였다”며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ESG 투자가 정치권 논리로 사용되면서 안티 ESG 움직임이 확산됐고, 투자상품 그린워싱에 대한 처벌 사례가 증가하면서 ESG 투자에 회의적 시각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3년 상반기에만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에서 총 165건에 달하는 안티 ESG 법안이 발의되었으며, 2021년부터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되던 도이치뱅크 자산운용(DWS)은 그린워싱 벌금 최고액인 1900만 달러(약 246억원)의 벌금을 SEC로부터 부과받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안티 ESG 움직임이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 연구원은 “현재 15%에 불과한 안티 ESG 법안 승인율로 약해지는 안티 ESG 움직임과 그린워싱 벌금도 ESG 펀드 공시기준 수립에 따른 처벌 강화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ESG 투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일시적 이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투자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85%의 투자자들은 ESG가 수익률 제고, 탄력적 포트폴리오 및 펀더멘털 분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68%는 ESG 통합 전략을 주요 ESG 투자 전략으로 적용하고 있다. 스크리닝 전략을 활용하는 44% 투자자 비중보다 높은 비중이다. 또 투자자들은 ESG 요소를 ESG 투자자산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투자자산에 적용하는 등 ESG 통합 전략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자산 비중을 76~100%까지 확대하는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기존 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재무적 지표에 ESG 영향을 반영하는 ESG 통합 전략이 중요하다”며 “재무 성과와 관련성이 높은 ESG 요소를 재무 분석에 포함하면서 ESG 투자는 단순 ESG 등급, 특성 산업을 스크리닝하는 방식이 아닌 재무적 가치평가에 기반한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SG 통합 투자전략은 비즈니스모델에 영향을 미칠 ESG 요소를 예상하고, 여타 투자자 대비 빠르게 기업가치를 추정하면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내년 미 대선...천연가스 주목?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추구하는 친환경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포집 솔루션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원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과 에너지 패권을 중요시하는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과 부합하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천연가스 생산과 사용 확대가 이뤄진다면 관련 인프라 장비를 제공하는 기업이 혜택을 볼 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포집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풍력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적 악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업황이 어려운 만큼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은 풍력발전 부품 제조사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지금 같은 고금리 기조와 프로젝트 중단 이슈가 지속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해당 리스크가 풍력발전 부품 제조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약 2년의 리드타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친환경 테마 대표 업종인 2차전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 시각을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 2024년 미국 대선으로 인한 친환경 정책 변화 가능성, 유럽 내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좁은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2024~2025년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