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토스뱅크는 정부 규제에 의해 올해 말까지 가계 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44%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3월까지 40%를 넘던 이 비중이 최근 두 분기 연속 하락해 35%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연중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는 토스뱅크가 수익성과 함께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연말 44%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스뱅크는 지난 24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지난 9월 말 기준 34.4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말(38.5%) 대비 4.0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중·저신용자는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가 하위 50%에 속하는 금융 소비자를 의미한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42.06%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38.5%) 30%대로 낮아지더니, 9월 말 추가적으로 하락했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하면서 약 2년 뒤인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44%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카오뱅크(30%)와 케이뱅크(32%)가 올해 말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토스뱅크의 목표치가 다른 인터넷은행보다 10%포인트 넘게 높은 이유는 인터넷은행 3사의 출범 시기 및 정부의 규제가 신설된 시기와 관련이 깊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캡처.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모두 2017년에 출범했다.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규제는 4년 뒤인 2021년 5월 처음 생겼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미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와 줄다리기 끝에 각 은행의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30%대로 합의했다.

반면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규제가 신설된 직후인 2021년 6월 정부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해 2021년 10월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토스뱅크가 새로운 은행업 인가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정부에 적극적인 포용금융을 펼치겠다며 합의한 내용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44%까지 높이겠다는 약속이었다.

정부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2개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연말 목표치로 설정한 44%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연말까지 44%를 달성하기 위해선 올 4분기에만 이 비중을 10%포인트 넘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공격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3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3조840억원에 달한다.

토스뱅크는 지난 3분기 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낮아진 원인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저신용자 포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며 "녹록하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에서 출범한 토스뱅크가 안정적으로 포용금융을 이어가기 위해선 건전성 관리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점을 토스뱅크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토스뱅크는 다른 인터넷은행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경기 침체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주담대는 경기가 악화돼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기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난 6월 말 27.7%에서 9월 말 28.7%로 공격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이유다. 아파트 대상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4%에서 26.5%로 높였다. 반면 토스뱅크는 지난 9월에야 전세자금대출 상품만 새로 출시했을 뿐, 신용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하락을 감수하며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결과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 2분기 1.56%에서 3분기 1.18%로 0.38%포인트 하락했다. 토스뱅크는 "작년 크게 늘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물량의 상환 시기가 최근 집중적으로 도래한 점도 잔액 기준으로 집계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토스뱅크는 "이제 만 2년이 된 신생 은행으로서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건전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으므로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