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공무원 'IT 무지'가 낳은 전산망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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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디지털 난개발
年 1만건 넘게 장애 초래
행안부·지자체 IT 이해도 낮아
디지털플랫폼정부 헛돌 우려
스스로 관리감독 역량 갖춰야
이상은 사회부 차장
年 1만건 넘게 장애 초래
행안부·지자체 IT 이해도 낮아
디지털플랫폼정부 헛돌 우려
스스로 관리감독 역량 갖춰야
이상은 사회부 차장
![[토요칼럼] 공무원 'IT 무지'가 낳은 전산망 마비](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7.32481238.1.jpg)
지난 17일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가 벌어진 뒤 정부가 올초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계획’ 문서를 다시 열어봤다가 깜짝 놀랐다. 이것은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 수준이다. 무슨 문제가 생길지 정부는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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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찾았다는 주장도 성급했다. 19일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L4)와 인증시스템(GPKI)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자신했다. IT업계에선 그 누구도 고개를 쉽게 끄덕일 수 없는 해명이었으나 행안부는 더 이상 설명하기를 거부했다.
공공 IT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는 근본 원인을 대기업의 참여 제한과 같이 ‘수주업체의 역량’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대기업을 배제한 데서 사태의 뿌리를 찾는다면 나머지 중요한 요인들을 놓칠 수 있다. 게다가 삼성 SK 등 대기업은 더 이상 공공 시스템 구축·통합(SI)이나 유지보수 시장에 관심이 없다. 클라우드 등 돈 되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다.
그 대표적인 조직이 행안부다. 각종 정부의 공공 시스템 발주와 관리를 담당하지만 IT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다. 최근 온라인 익명게시판에 이번 전산망 먹통 사태 책임을 어느 조직에서 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는데, 한 공무원의 답변이 걸작이다. “행안부는 책임 따위 지지 않아. 10번째 하청(업체)의 10번째 막내가 잘리겠지.” 행안부를 정부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로 바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리더가 분명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발주처→수주업체→하청업체→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사슬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요구사항은 불어나고 시스템에는 쓸데없는 기능이 덕지덕지 붙는다. 업무의 본질인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근로시간이나 근무태도 등 엉뚱한 것으로 상대가 제값을 하는지 평가하려는 불합리가 횡행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계획을 다시 살펴본다. ‘모든 데이터가 융합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 듣기에 참 좋다. 하지만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