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금융권의 비정규직 차별을 문제 삼으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주요 금융회사 대표와 임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감독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고강도 압박을 했다. 고용부가 금융당국에 이어 ‘은행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24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서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14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한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감독 결과 대상에 오른 14곳 중 12곳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파견 근로자 차별 처우, 연차미사용수당을 비롯한 금품 미지급 등 법 위반사항 총 62건이 적발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해당 14곳 금융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했다.

한 은행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점심값 월 20만원, 교통보조비 월 10만원을 지급하면서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겐 지급하지 않았다. 다른 은행은 계약직에 대한 지침을 따로 둬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에게만 영업시간 10분 전에 출근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증권사는 정규직에게 추석 명절 귀성비로 60만원을 지급하면서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등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명절 귀성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등 처우를 차별하는 행위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연차 미사용 수당 등 금품을 미지급한 사례도 12건이나 됐다. 한 은행은 퇴직자 103명, 재직 근로자 96명에게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각각 4412만원, 6845만원 미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근로자 72명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억9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증권사도 있었다.

시간 외 근로를 시킬 수 없는 임신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는 등 모성보호 위반 사항도 7건이나 적발됐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설문조사 결과 취업하고 싶은 곳 1위로 금융업이 선정됐다고 한다”며 “금융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한 책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회사 대표 및 임원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