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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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일한다

강의 장소에 도착하니 1시간 넘게 시간적 여유가 있다. 너무 일찍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 되기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좋아하는 ‘카페모카’ 한 잔을 부탁했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데, 옆 테이블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렸다. 여직원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나는 받은 만큼 일한다’고 말한다. 옆의 여직원도 그 말에 큰 소리로 웃는다.
딸에게서 회사에 ‘월급 루팡’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받은 만큼 일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모든 직원이 받은 만큼 일하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회사는 망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길고 멀리 바라보며 메가 프로젝트를 기획할 일이 없다.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회사에 있는 동안 급여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일한다고 하지만 그 일 속에 열정을 쏟을 가능성은 없다. 어느 회사 벽에 붙어있는 ‘자신이 하는 일에 혼을 불어 넣자’는 구호는 구호를 위한 구호일 뿐이다. 주어진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퇴근 시간에 맞춰 마지못해 하는 모습 아니겠는가?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이 모두 가져가면, 머물 공간, 원재료부터 각종 비품의 구입,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매년 적자를 내는 회사에 누가 투자하며 자금을 빌려 주겠는가?

직원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평생 직장의 시대에는 신입사원에 대한 입문교육 또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대기업의 경우, 합숙으로 입문교육을 실시했다. 회사의 연혁부터 시작해 직장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직업관과 직업윤리, 직장 예절, 제품과 조직 소개, 중요 제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조기 적응을 위한 선배 또는 임원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중소기업은 사수와 조수의 관계를 맺어주며 사수에 의한 조수 육성이 개별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당시에는 받은 만큼 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신입사원들은 회사와 소속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고, 빠른 시기에 성과를 창출해 제 몫 이상을 하는 직원이 되길 기원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 가치가 중시되고 직장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는 곳이 됐다.
직장에서 일정 기간 역량을 쌓고 보다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 아늑하며 인지도가 높은 직장을
찾아 떠날 생각이 강하니 일에 대한 열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변과의 비교도 한 몫 한다. 정시 퇴근하고 그리 바빠 보이지 않는데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은 꼬박꼬박 받는데 굳이 자신만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함께 근무하는 고참 선배와 조직장의 모습을 보면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저런 모습으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먼저 일의 의미를 심어줘라.

3명의 직원이 있다. A는 매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며 야근을 한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책상에는 온갖 서류와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분명 무엇인가를 한다.
B는 영업사원이다. 오늘 점심도 못 먹고 고객을 만났고 거래처를 돌며 미팅을 했다고 한다.
내일 만날 고객과 거래처를 보니 내일도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보인다. C는 불만이 많다.
자신은 매일 9시 이전에 출근했고, 6시 이후에 퇴근하는데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해야 하냐 투정이 심하다. 이 3명의 공통점은 해 놓은 결과가 없다.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열심히 일한 것은 안다. 하지만, 일을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이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즉, 일을 했다는 것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라 하며 가르치는 것밖에 없다.

기업은 친목 단체가 아니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성과(이익)를 창출해야만 한다. 뭔가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으면 성과(이익)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쉽지 않다. 남들보다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 생산, 판매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자신이 받는 연봉만큼 이익을 창출하면 기업은 망한다. 얼마만큼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가? 팀원이라면 최소 3배, 팀장이라면 5배, 임원이라면 10배의 이익을 창출해야 기업이 유지되지 않을까? 직급이나 직책이 위로 올라갈수록 더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몸소 실천하는 것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알려주고 점검하고 면담을 통해 피드백해줘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연봉의 몇 배 이상 창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월급 루팡’, ‘받은 만큼 일한다’는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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