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 되나 했더니 3.3㎡당 1억…'뒷동네' 청파·서계의 변신
뉴타운 지정 후 해제, 도시재생사업까지
낙후되는데 신축 빌라 들어서 개발 난항
청파2구역 등 서울시 신통기획으로 정상화
소규모는 3.3㎡당 1억 호가 … 거래는 소강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은 교통 인프라는 탄탄하지만, 학군이 부족하고 구릉지가 많아 낙후된 곳이 많다. 서울 중심에 있으면서도 집값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이유다.

공급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적극적인 측면 지원에 나서면서 서울역 인근 개발은 눈에 띄게 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 도시재생 사업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히는 서계동과 청파동 등 서울역 남서 방향 일대가 특히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역 뒷동네 … 천지개벽 되나

청파동과 서계동은 대표적인 ‘서울역 뒷동네’다. 서계동은 서울역 15번 출구 뒤편 구릉 지역의 주택가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좁은 골목과 비교적 넓은 골목이 번갈아 나오는 전형적인 달동네 모습이다. 만리동 고개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만리 시장에서 배문고 방향으로 내려오면 청파동이다. 예전엔 서계동 등에 비해 부자 동네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변 다른 동네와 마찬가지로 노후 빌라가 빼곡하다.
용산구 청파동 일대 빌라가 늘어서 있다. 한경DB
용산구 청파동 일대 빌라가 늘어서 있다. 한경DB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이 지역은 2000년대 용산개발 후광 효과로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2007년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용산개발이 무산되고 해당 지역도 2012년 이후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2017년부터는 서울시와 정부 등에서 주거환경 개선 위주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서계동 일대 노후주택에 살던 주민 중 다수에게는 ‘개발 시계를 거꾸로 돌린’ 괴로운 기억이기도 하다. 벽화사업은 등 주거환경 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운 지원이 많았다. ‘지분 쪼개기’ 신축 빌라는 늘었다. 노후도가 떨어져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이후 주민은 공공재개발도 추진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 지역의 공공재개발 추진은 ‘중복지원’이라며 형평성을 이유로 반려됐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 속도

서계동과 청파동 일대 개발은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통해 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일부 구릉지를 종 상향해 주거나 높이 기준을 완화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벽화마을 되나 했더니 3.3㎡당 1억…'뒷동네' 청파·서계의 변신
벽화마을 되나 했더니 3.3㎡당 1억…'뒷동네' 청파·서계의 변신
청파동1가 89의18 일대 8만2360㎡를 대상으로 한 ‘청파2구역’은 2021년 12월 용산구에서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됐다.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50%를 적용한 최고 25층 규모의 공동주택 301개동 1953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1종·2종(7층 이하) 주거지역이 섞인 이곳을 일반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계동 33 일대는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2025년에는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총 3000가구까지 공급될 수 있다. 인근 특별계획구역에는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 정비창도 속도 … 호가 치솟아

10년 전 무산됐던 용산 정비창 등 주변 개발 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용산전자상가를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 정비창)와 연계해 신산업 업무지구로 육성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연내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용산 정비창~용산전자상가~남영역~서울역에 이르는 개발의 밑그림을 담은 용산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은 교통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개발 기대감에 호가도 치솟았다. 청파동과 서계동 일대 매매가는 신속통합기획 지정 이후 3.3㎡당 5000만원 선에서 7000만원으로 뛰었다. 다만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때문에 거래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계동 D공인 관계자는 “소규모 빌라 기준 호가가 3.3㎡당 1억원에 달할 정도로 개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며 “매도자는 호가를 지나치게 높게 부르고 매수자는 실거주 제약 등이 있기 때문에 매물이 있어도 거래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은 사실상 작년 상반기에 많이 팔았다”며 “신속통합기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변 매물에 관심을 갖는 투자수요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유정/한명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