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권리당원 표 비중 3배↑' 의결에 비명계 반발 조짐
"대의원제 폐지" 친명 강경파도 불만…내일 당무위 '분수령'
野 '대의원 권한축소' 후폭풍…'내홍 재발' 뇌관 되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해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24일 비공개회의에서 전당대회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권리당원 6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3배 이상 높인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수면 아래에 있던 '대의원제 무력화' 논란이 다시 불거져 고질적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차기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 말인 만큼 지도부가 왜 현시점에서 당내 휘발성이 강한 문제를 굳이 건드렸는지 의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 전대까지 시간도 많이 남은데다 그 사이에 총선도 있다.

그간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과 일부 당원들은 '표 등가성' 차원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지난해 8·28 전당대회 당시에도 이미 한차례 '룰 수정'이 이뤄졌다.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 반영 규칙을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변경했는데, 이는 대의원 표 비중을 줄여 상대적으로 권리당원 표 가치를 키운 것이다.

野 '대의원 권한축소' 후폭풍…'내홍 재발' 뇌관 되나
이번 최고위 의결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친명계가 차기 지도부도 차지하기 위한 추가 포석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내년 전당대회에서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다수 포진한 권리당원의 '입김'을 더 강화한 조치라는 의심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가 총선 준비로 어수선한 틈을 타 급습 작전을 벌인 것"이라며 "앞으로도 친명계가 당 헤게모니를 놓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대의원 표 비중을 소폭 낮춰야 한다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지만, 아무 사전 예고도 없이 최고위가 그렇게 의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의결안은 당헌 개정 사안인 만큼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각각 거쳐야 한다.

이에 비명계의 집단 반발이 가시화할 경우 당무위·중앙위에서 계파 간 충돌이 빚어지며 당헌 개정이 여의찮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무위는 27일, 중앙위는 12월 7일 각각 예정돼 있다.

野 '대의원 권한축소' 후폭풍…'내홍 재발' 뇌관 되나
일부 친명 강경파와 강성 당원들의 불만 역시 당헌 개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비중을 1대 1로 하자거나, 아예 대의원제를 폐지하자고 요구해왔다.

친명계 원외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김우영 상임운영위원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의원도 권리당원도 1인 1표,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천하의 타협 지상주의 정당 납시네"라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의원제 문제는 긴 시간 검토해 온 것으로 다른 당헌을 고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개정한 것"이라며 "20대 1 미만이라고만 정해뒀을 뿐 구체적 수치는 내년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