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시간을 압축할 수 없는 인적자본 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권기범 텍사스A&M 커머스대 인적자원개발학부 교수
미국에서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에서 출발해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 엘 파소로 가려면, 개발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해서 버려져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 서부 텍사스를 관통해야 한다. 세상의 끝으로 이어진 것 같은 지평선을 향해 달리다 보면 먼저 광활한 초원에서 마소가 한가롭게 노니는 대농장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군데군데 빼곡하게 들어선 태양광과 풍력발전 지역을 지나 또 얼마 동안을 가다 보면 세계 경제와 국제 외교 지형을 바꿔놓은 셰일 혁명의 중심, 퍼미언 분지를 만나게 된다.
기나긴 여정 후 도달한 하얀 모래사막이 인상적인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드는 국립공원이 애리조나주와 유타주를 넘어 네바다주 그랜드캐니언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네바다주 끝자락에서 최근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고농축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버려진 땅에서도 매일같이 부(富)가 샘솟는 미국이 깔고 앉은 천연자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감탄하다가도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역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 기술, 경험의 총화인 인적자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인적자본 투자와 개발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 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면 우리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인적자본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임을 알게 된다. 인적자본에 투자하면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이 단순한 명제를 현실에서 실현해 내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적자본 투자에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디릭스와 쿨 프랑스 인시아드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난제 중 하나로 ‘시간 압축의 비경제성(time compression diseconomies)’을 꼽았다. 이 개념은 인적자본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아무리 시간을 압축해도, 기대했던 경제적인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만약 올해 인적자본에 두 배 더 투자한다고 해도 내년에 두 배만큼의 향상된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인적자본 투자의 비경제성이 몇 해만 지속돼도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의사결정자들은 해당 투자를 중단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중단된 인적자본 투자는 조직 내에 축적되지 못하고 영영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구멍에서 빠져나가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지속해서 채워 넣을 수 있는 담대한 비전,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중 한 영역을 담당할 수 있게 해준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 성공이 그 밑바탕이 됐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했던 1970년대부터 그리고 그 어렵고 냉혹했던 IMF 경제위기 때도,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인적자본 투자의 비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과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기술 연구개발과 임직원 교육 훈련에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 후대가 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경고와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미래에 대한 비관론과 불확실성이 팽배한 지금, 조직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계획하고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 어려운 결정에 앞서 미래를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 선각자들의 의사결정을 복기해보기를 기대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 다시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실현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지금 허비해버린 시간을 압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나긴 여정 후 도달한 하얀 모래사막이 인상적인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드는 국립공원이 애리조나주와 유타주를 넘어 네바다주 그랜드캐니언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네바다주 끝자락에서 최근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고농축 리튬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버려진 땅에서도 매일같이 부(富)가 샘솟는 미국이 깔고 앉은 천연자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감탄하다가도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역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 기술, 경험의 총화인 인적자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인적자본 투자와 개발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 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면 우리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인적자본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임을 알게 된다. 인적자본에 투자하면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이 단순한 명제를 현실에서 실현해 내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적자본 투자에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디릭스와 쿨 프랑스 인시아드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난제 중 하나로 ‘시간 압축의 비경제성(time compression diseconomies)’을 꼽았다. 이 개념은 인적자본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아무리 시간을 압축해도, 기대했던 경제적인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만약 올해 인적자본에 두 배 더 투자한다고 해도 내년에 두 배만큼의 향상된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인적자본 투자의 비경제성이 몇 해만 지속돼도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의사결정자들은 해당 투자를 중단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중단된 인적자본 투자는 조직 내에 축적되지 못하고 영영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구멍에서 빠져나가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지속해서 채워 넣을 수 있는 담대한 비전,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중 한 영역을 담당할 수 있게 해준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 성공이 그 밑바탕이 됐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했던 1970년대부터 그리고 그 어렵고 냉혹했던 IMF 경제위기 때도,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인적자본 투자의 비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과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기술 연구개발과 임직원 교육 훈련에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 후대가 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경고와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미래에 대한 비관론과 불확실성이 팽배한 지금, 조직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계획하고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 어려운 결정에 앞서 미래를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 선각자들의 의사결정을 복기해보기를 기대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 다시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실현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지금 허비해버린 시간을 압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