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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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재건축 기대주로 평가받는 대형 단지가 최근 1억원 넘게 내리는 등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강변 신축 단지도 하락 거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락 분위기가 실거래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삼풍 전용면적 79㎡는 이달 2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기록한 직전 거래가(24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1억7000만원 빠졌다. 이 단지 내 같은 크기는 5월 22억원에 거래된 이후 6월 22억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반등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하락 거래가 반복되자 일부 집주인은 호가를 낮추고 있다. 호가가 21억원까지 내려온 매물도 나왔다.

서초 삼풍은 1988년 준공된 2390가구 규모 대단지다. 강남권에서도 가구 수가 많고 입지가 좋아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이달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사업을 확정 지으며 기대는 더 높아졌다.

주변 단지도 하락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9월 31억~33억원에 거래됐다. 8월 거래가(33억8000만~36억원)에 비해 최대 5억원이 빠진 셈이다. 거래 가격만 보면 반등했던 가격이 다시 내려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서초구 내에서도 한강변 단지인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78㎡가 지난달 31억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크기는 6월 37억원까지 가격이 반등한 뒤 8월 34억원에 거래돼 한 차례 하락을 보였다. 다시 2개월 만에 3억원 내린 거래가 발생하면서 최근 30억원 미만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생겼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물은 30억원 밑에서도 얘기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몇 달 전만 해도 가격 반등 기대가 컸던 곳인데 지금은 집주인들이 더 내려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강남권 아파트의 하락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과 몇개월간의 거래 증가, 최근 가파른 반등세에 따른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대출 규제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강남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