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손자회사 임원의 불법행위 등에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이 제도를 악용해 기업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손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개선 공동 건의집’을 발간했다고 26일 발표했다.

건의집에는 경제 5단체가 지난 4월부터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나온 기업 지배구조와 공정거래, 세제 제도의 개선안이 담겨 있다. 경제 5단체는 정부가 기업 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국회에 건의집을 전달할 예정이다.

건의집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 개편 내용이 눈길을 끈다. 현행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 1%(상장회사는 0.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모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 이사에게 소송을 걸 수 있다. 이를 놓고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행동주의 펀드가 모회사 지분을 일부 사들인 뒤 자회사에 무작위 소송을 걸어 기업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어서다.

경제 5단체는 다중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범위를 ‘100% 완전 자회사’로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7개국(G7)을 사례로 제시하며 한국도 100% 자회사로 범위를 좁혀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정거래 부문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집단 법제와 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주요국에 비해 유독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5단체는 부채비율, 증손회사, 금산분리를 비롯한 공정거래법의 사전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제 측면에서는 4단계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국내 법인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다수는 법인세 단일세율 구조를 갖췄다. 반면 한국은 누진세율 구조로 대기업일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