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세련미 자랑했던 기하추상의 '컴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몬드리안·칸딘스키 등 영향받아
韓 추상미술계 선도한 기하추상
김환기·박서보 등도 거쳐간 사조
70년대 이후 단색화에 밀렸지만
과거 명작들 재조명하는 움직임
국현 과천관에서 150여점 전시
몬드리안·칸딘스키 등 영향받아
韓 추상미술계 선도한 기하추상
김환기·박서보 등도 거쳐간 사조
70년대 이후 단색화에 밀렸지만
과거 명작들 재조명하는 움직임
국현 과천관에서 150여점 전시

기하추상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미술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김환기 유영국 윤형근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 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거쳐 간 사조이기도 하다. 기하추상은 어쩌면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사조가 될 수도 있었다.
기하추상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미술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단색화와 민중미술도 기하추상을 비판했다. 한국적인 정신을 강조하는 단색화, 현실 참여를 강조하는 민중미술과 달리 기하추상은 서구적이고 장식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억 저편으로 잊힌 기하추상이 다시 대중에게 다가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다.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과 각종 기록을 모았다.

시인 이상이 디자인한 잡지 ‘중성’(1929년 6월)의 기하학적 표지 디자인도 주목할 만하다. 이상 역시 건축가(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사)였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1930년대 말 김환기의 ‘론도’를 비롯해 유영국의 ‘작품1(L24-39.5)’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
1957년 한국 기하추상은 화가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인 신조형파 결성으로 또 한번의 전기를 맞는다. 1910년대 독일에서 탄생해 서양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모더니즘 미술·건축·디자인 사조인 바우하우스가 모델이었다. 신조형파 작가들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려면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가 있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조형파를 주도한 변영원과 김충선 이상욱 조병현 등의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에서는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등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을 비롯해 한국 기하추상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원자력을 상징하는 ‘파워’라는 제목이 붙은 김재관의 작품이 단적인 예다.
잘 몰랐던 작가는 물론 알던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재발굴된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단색화 거장 윤형근이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출품했다가 44년 만에 대중에게 선을 보인 ‘69-E8’, 50여 년 만에 전시되는 최명영의 ‘오(悟) 68-C’와 이승조의 ‘핵 G-999’가 대표적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