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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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전산망이 먹통이 된 사태의 원인을 애초의 네트워크 장비 문제에서 라우터 모듈 문제로 수정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진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조폐공사 등 다른 전산망에서 발생한 서비스 장애의 원인은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의 공동 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과 송상효 숭실대 교수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에 관해 네트워크 라우터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장애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송 교수는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에서 데이터 뭉치(패킷)를 보낼 때 용량이 큰 데이터 뭉치들이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라우터 장비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에 있는 포트 일부에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500바이트 이상 패킷은 90% 넘게 중간에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 때문에 “통합검증 서버가 라우터에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데이터 패킷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고, (신호) 지연이 중첩되면서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이 장비는 2016년 도입돼 낡은 것은 아니다”며 “매일 시스템을 점검하지만 장비 고장은 발생 전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TF는 최초 원인으로 지목된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를 고성능으로 교체했으나 이후에도 이상현상이 발생하자 대전 본원과 광주센터를 연결하는 라우터를 분석해 포트 불량을 찾아냈다. 송 교수는 “처음에는 L4의 시스템 운영체제(OS) 문제로 알려드렸으나 그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했으나 현재까지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인 분석에 1주일이나 걸린 데 대해 “확인된 사실을 빨리 발표했어야 하지만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명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지난주 순차적으로 발생한 차세대 주민등록 시스템 오류,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 오류,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 오류 등은 모두 17일 행정 전산망 장애와는 “무관하다”고 TF는 강조했다.

연이은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에 정부가 700억원 이상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 입찰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 편중에 따른 소프트웨어 안정성 문제가 잇따르자 700억원 이상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사업비 기준을 최소 700억원 정도로는 낮춰야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사업의 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상은/김진원 기자 selee@hankyung.com